與 '황교안' 띄우자 野 "DJ도 까자"…'국정원 사찰' 판 커지나
2021.02.24 16:04
수정 : 2021.02.24 16:15기사원문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논란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전면전으로 확전하고 있다. 여당이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권한대행의 연루 의혹을 꺼내자, 야당이 "DJ정부부터 현재까지 모든 사찰정보를 일괄 공개하자"며 판을 키웠다.
4·7 재보궐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국정원 사찰 논란이 새로운 '선거 변수'로 불거지는 형국이다. 여당의 의혹 제기를 "악의적인 선거공세"라고 비판했던 야당도 24일 국정원에 정식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맞불 공방'에 돌입했다.
◇與 "국정원 보고처에 총리실 포함"…황교안 연루설 제기
더불어민주당은 전날(23일) 국정원 불법사찰 논란에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언급하며 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 불법사찰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 당시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보고받은 사찰문서의 내용과 목적, 역할에 대해 분명하게 소명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사찰 문제에 대해 박 예비후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민주당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사찰 연루 의혹까지 꺼내 들었다 .
민주당 소속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를 포함해 불법 사찰 규모가 문건으로는 약 20만 건으로 추정된다"며 "사찰 대상자 수가 2만명이 넘지 않나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자료가 주일 것이고, 특이하게 박정희 정부 때 자료도 나왔다"며 "보고처는 민정수석, 정무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국무총리로 돼 있는 자료도 있다. 국정원이 총리에게 보고 의무가 없는데 보고됐다는 것으로 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추측'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황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의혹이 사실일 경우) 문제가 있다"며 "불법사찰 정보를 보고받고도 조치를 안 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이어 "MB정부 (불법사찰 문건 관련)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박근혜 정부 것은 남아있다. 진상조사단을 통해 진상이 규명되면 책임소재 문제도 당연히 거론될 것"이라고 했다.
◇野 "선택적 정보공개는 정치개입…DJ부터 일괄 공개해야"
여당이 '야권 책임론'을 키우자 국민의힘도 이튿날 국정원에 첫 자료제출을 요구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23년간의 국정원 사찰정보 목록을 한꺼번에 열어보자는 '강대강' 전략이다.
국민의힘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들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택적 정보공개가 아닌 DJ정부 이후 현재까지의 사찰정보를 일괄 동시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정원에 '국정원 불법사찰 관련 1차 자료 제출 요구안'을 제출했다. 기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을 시작한 1998년 2월부터 현재(2021년 2월)까지로 특정했다.
세부 요청 항목은 Δ감청장비 도·감청 대상자 수, 사찰정보 문건 수, 활동내역, 사찰 정보의 청와대 보고 건수 및 보고서 Δ도·감청·사찰 보고서 작성을 위해 협조 요청한 관계 기관 현황 및 기관 간 수발신문서 목록·내용 일체 Δ사찰관련 내용이 작성된 불법 도·감청·자료 및 보고서 Δ사찰관련 미행 자료 및 보고서다.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 불법사찰 정보공개는 '항목별 일괄 동시 공개'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불법사찰 정보가 매우 많지만, 항목별로 목록을 정리하면 (공개가) 가능하다. 선택적으로 어느 정권에 대해서만 밝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악성 불법사찰정보부터 우선 공개하는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며 "단순히 인터넷에 있는 여러 정보를 취합하는 것과 도청·미행 정보는 그 강도가 완전히 차이가 난다. 불법성이 더 강한 것을 우선으로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역대 국정원 사찰정보를 항목별·악성별로 추리면 20년이 넘는 방대한 정보량 중에서 반드시 공개해야 할 정보를 충분히 추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 정보위 위원들은 "만약 민주당과 국정원이 그들이 원하는 정보만 공개한다면 스스로 정치 개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며 "DJ 정부 이후 모든 국정원의 불법사찰 정보를 일괄 공개하는 것이 박지원 국정원장이 말한 '국정원 흑역사 60년'을 청산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