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선 영화의상 디자이너 "'살인의 추억' 체크셔츠, 제 손에서 탄생했죠"
2021.02.24 18:47
수정 : 2021.02.25 00:12기사원문
김유선 영화의상 디자이너(사진)의 손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온 의상들은 배우들의 연기와 어울리며 영화 속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김 디자이너는 "영화의상은 시나리오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당시 시대 고증도 중요하지만 배우 캐스팅이 확정된 순간부터 나이, 성격, 배우의 이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영화 속 캐릭터를 잘 끌어낼 수 있는 의상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디자이너는 1993년 '세상 밖으로'를 시작으로 영화의상업에 처음으로 뛰어들었다. 패션디자인이 전공이었던데다 영화광이었던 그가 영화의상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찌 보면 운명이었다. 30여년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퇴마록' '와니와 준하' '특별수사' '카트' '정직한 후보' 등 30여년에 걸쳐 60여개 영화 속 의상세계를 구축해왔다.
기한이 정해진 영화 촬영 특성상 항상 마감 시한에 쫓기는 것은 일상이 됐다. 김 디자이너는 "사전에 준비를 충분히 많이 하더라도 감독의 생각이 바뀌거나 다른 장면을 촬영할 수도 있다. 편집 과정에서 재촬영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영화가 극장에 올라갈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작품마다 의상 콘셉트가 제각각이었던 만큼 창작의 고통이 클 법도 했지만, 김유선 디자이너는 오히려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는 "첫 작품이었던 '세상 밖으로'는 당시 생소한 로드무비에 블랙코미디 장르여서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들만의 세상'은 기존 의상 틀을 벗어나 자유롭고 재밌게 했던 작품이었고, 지금 보면 시대를 앞선 독특한 의상이었다. '와니와 준하'는 평범한 일상에서 캐릭터의 성격을 어떻게 하면 잘 보여줄지 고민을 거듭했던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30여년간 영화의상에 몸담으며 새로운 관심사도 생겼다. 재활용이 가능한,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은 친환경 소재로만 100% 만든 의상 제작이다. 김 디자이너는 "패스트패션 붐으로 대량생산되는 옷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면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지속가능한 의생활이 목표"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