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합헌.. 헌재 "표현의 자유 침해 아냐"
2021.02.25 17:27
수정 : 2021.02.25 17:27기사원문
헌재는 25일 A씨가 형법 307조 제1항이 위헌이라고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해당 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해당 조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게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의사의 잘못된 진료행위로 반려견이 실명 위기를 겪자 A씨는 의료행위와 실명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자 했다. 하지만 사실을 밝혀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A씨는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지난 2017년 10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B씨는 지난 2016년 2월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부산지법은 2018년 1월 B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사실을 적시할 매체가 매우 다양해지면서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 속도와 파급효과가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특성상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사실을 적시해 명예 훼손 행위를 금지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명예훼손 표현행위에 대해 상당한 억지효과를 가질 것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손해배상청구 등 민·형사상 절차에 따르지 않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가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건 사적 제재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며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공연히 적시하는 건 표현의 자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일부 위헌 의견'(반대의견)을 달았다. 이들은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내용일 경우 이를 적시하는 건 사생활의 비밀에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가치는 국가·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인데, 국가·공직자가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국민의 감시의 비판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적 명예 보호는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 등 처분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