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박정희 아냐? 안철수의 'MB 아바타' 떠올라

      2021.02.26 10:32   수정 : 2021.02.26 10: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쓴 정치서적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는 '프레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말라'고 말하는 순간, 코끼리가 머리에 떠오르면서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정치에서 정치인의 말과 말에 담긴 단어가 중요하다는 게 저서의 핵심이다.



프레임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준 건 4년 전 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다. TV토론 당시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내가 MB(이명박) 아바타냐"라며 "문 후보의 지지자들이 나를 그렇게 공격하고 있다.
문 후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아니라고 확실히 말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안 후보는 "내가 갑철수(갑질 하는 안철수)냐"라며 문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 토론에서 안 후보는 떼를 쓰면서 '안 초딩'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MB 아바타', '갑철수'라는 발언이었다. 안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가 아니다. 안 후보는 갑질을 안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직접 스스로 'MB 아바타', '갑철수'라는 말을 꺼내버리면서, '안철수'라는 이름을 들으면 'MB 아바타', '갑철수'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됐다.

상승세를 보이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이후 급락했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지낸 4년 동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여전히 국민의당 대표를 지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프레임의 덫'에 걸릴 위험에 처했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은 박정희가 아니고 민주당은 (그 당시의 민주)공화당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가덕도 방문을 두고 야당이 '선거 개입'이라 비판하는 것에 대한 반격으로 한 발언이다.

그는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부산, 울산, 경남의 동남권 메가시티를 구축하는 전략을 위한 행사"라면서 "부산·울산·경남의 800만 시도민 공동의 생활권과 경제권을 구축하는 전략을 점검하러 갔다.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행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청래 의원은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목포에서 국무회의까지 열었다고 한다"며 "당시 경제기획원 장관은 목포지역 공약을 발표하는 명백한 선거운동을 했지만, 이런 행위는 공화당 총재라서 그럴 수 있다고 선관위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니다. 한국의 정치사적으로 보면 양 극단에 있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이 '박정희'라는 말을 꺼내버리면서, '문재인-박정희' 프레임이 형성될 리스크가 생겼다. 반문(反文·반문재인) 정서가 있는 유권자들에겐, 은연 중에 '친문(親文) 독재'라는 문제의식이 있어 왔다.
정 의원은 그 무의식을 '문재인-박정희' 프레임으로 구체화 시켜 줄 명분을 제공한 꼴이 된 것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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