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맥주·옷 사라졌다.. 일상이 된 'NO재팬'
2021.02.28 18:02
수정 : 2021.02.28 18:02기사원문
반일 감정을 해소할 만한 극적인 계기가 나오지 않으면서 소비자는 물론 국내 유통업계의 외면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월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하반기 시작된 일본상품 불매운동의 여파는 102주년을 맞는 올해 삼일절에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의 일본맥주 판매다. 일본맥주는 불매운동 이전까지 국내 편의점에서 담배를 제외하고 매출 1~2위를 다툴 만큼 인기를 끌었지만 순식간에 위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A편의점 업체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시작된 2019년 2.3%였던 일본맥주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93.9%를 기록했다.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2월까지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70% 이상 줄었다. 다른 편의점들 역시 일본맥주 매출이 지난해 85~95% 축소된 데 이어 올해도 감소세가 유지되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셈이다.
일본맥주의 빈자리는 국산 맥주와 미국·유럽 등지에서 들여온 맥주들이 메웠다. 특히 '곰표 밀맥주' '말표 흑맥주' 등 국산 '이색 콜라보' 상품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불매운동 1호'로 여겨졌던 유니클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2월에만 10개의 국내 매장에서 철수했다. 지난 1월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매장이었던 명동중앙점이 문을 닫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 초기엔 분노에 가까운 여론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영향력은 지속되고 있다"며 "업계도 이제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반응이 차갑다보니 유통업계 역시 일본상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상품을 진열장에 올려도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데다 국내 소비자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은 e커머스 업계에서 두드러진다.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은 불매운동 당시 혐한 발언 등으로 국내 소비자의 눈총을 샀던 DHC 등 일본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일정 수준의 제재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검색창에서 직접 DHC 상품을 검색하더라도 노출이 되지 않도록 하는가 하면, 아예 일본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곳도 있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시작됐을 당시 눈총을 받았던 몇몇 일본 브랜드들을 검색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아예 판매를 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상품 다양화 측면에선 바람직하지 않지만 일본상품 판매업체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