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징용공 빠진 ‘화해 메시지’… 日 움직일 동력으론 부족"

      2021.03.01 18:10   수정 : 2021.03.01 18: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울·도쿄=김현우 기자 조은효 특파원 김나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월 1일 3·1절 기념사를 통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하며 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었지만 향후 한·일관계는 극적인 회복 국면보다는 지루한 긴장관계 지속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3·1절 대일 메시지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연설 중 가장 뚜렷한 대일 화해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역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를 분명히 하며 위안부 배상 판결, 강제징용 등 갈등의 단초가 된 난제를 풀 특별한 새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한·일 전문가들 모두 아직은 우리 정부의 메시지가 일본을 설득해 움직이기에는 동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투트랙 안 받는 日에 구체적 제안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문 대통령의 3·1절 발언이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에 대한 희망 섞인 제언일 뿐, 실질적 관계회복을 이끌어 내지는 못하는 '레토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화해와 대화의 메시지를 단순한 수사에 불과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현재 위안부 피해자 20명 소송이 남아있고, 강제징용 관련 1000여명의 판결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는 끝났다고 보는 입장으로 관련 배상판결이 나올 때마다 한·일 긴장관계가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양국은 대화의 채널이 원활히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위안부 배상 판결 이후 독도문제, 유엔 외교라인 대리 설전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의용 외무부 장관은 부임 후 양국 외교채널의 전화 통화를 3·1절 대일 메시지가 나올 때까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대화 재개 의지와 설득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히면서도 필요한 부분에선 바이든 정부의 중재를 통해서라도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역사 문제가 뇌관이고 다 거기서 파생된 문제다. 가장 큰 쟁점은 결국 일본 강제징용 자산에 대한 일본 기업 현금화가 언제 진행되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이 우리 정부의 투트랙 입장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명확한 선언이나 메시지를 내고 국내에서는 피해자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충고한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재 한·일관계는 '막혀있는 상황'이며 우리 역시 적절한 시기, 적절한 방식으로 어떤 구체적인 제안을 했는지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현재 거의 실종되버린 한·일 전문가그룹의 교류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도 다시 고민해볼 시기다"라고 덧붙였다.

■日 "약한 정부끼리…차이만 확인"

일본 현지 전문가들의 반응 역시 한·일관계 회복과 관련해 아직은 부정적인 해석이 많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인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현재 한·일간에는 안보 분야에 대한 협력의 고리가 상당히 약화된 상태"라며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 역시 과연 무엇 때문에 한국과 협력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겨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미야 교수는 과거사 문제 개입에 대해서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양국 정부 간 협상이 진행될 때 (막판)조정이나 중재는 할 수 있겠으나 지금 단계로서는 미국이 개입할 만큼의 한·일간 의견 접근이 이뤄지진 않았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협력 구상에 대해서는 "일본은 지금 그럴 만한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더구나 일본 스가 정부도 국내적으로 약한 상태이고, 문재인정부도 (임기 후반부로) 약해져서 '약한 정부끼리' 대담한 타협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의 개입 가능성과 동북아 안보 공조라는 한·미·일의 공통분모를 통해 해결의 단초가 마련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아사히신문과 NHK 기자 출신인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문재인 정권에 있어 한·일관계는 그 자체로서 '독립적인 변수'가 아니다"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북한 문제를 위해 대미관계가 중요하고, 그 대미관계를 위해 대일관계가 필요하다는 '위계' 속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현가능성은 상당히 떨어지나, 도쿄올림픽이 북한 문제와 관련 한·일이 협력할 찬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오쿠조노 교수 역시 한·일 관계 개선의 근본적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3.1절 연설문을 보면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투트랙'으로 가자는 것인데, 바로 이 부분에서 징용, 위안부 판결과 관련한 한·일간 '문제 인식의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조은효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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