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 "'할리우드 액션' 할거면 검사에게 중수청 의견 묻지마라"

      2021.03.03 13:29   수정 : 2021.03.03 14:19기사원문
서울고등검찰청(왼쪽)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경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현직 부장검사가 "(중수청에 관한) 의견을 취합하는 것 조차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형식의 할리우드 액션을 할 것이라면,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묻지마라"며 법무부를 향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민아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38·사법연수원 34기)는 이날 오전 11시30분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법무부에 묻습니다. 중수청 설립 과정에 대한 의견조회, 하시고 있는게 맞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달 26일 금요일 오후 3시30분께 대검 정책기획과로부터 3일(오늘)까지 검토 의견을 달라는 공문을 받았다"며 "해당 공문은 법무부 정책기획단-306호(2021.2.25) '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의견조회'와 관련한 것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관련 첨부자료에는 법무부 정책기획단에서 지난달 25일자로 대검에 의견조회 요청 공문을 보냈고, 3월1일까지 회신해달라고 되어있었다"며 "법무부가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들을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은 이 같은 공문 발송 및 회신 사안만으로도 추론이 되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월26일은 그 달의 마지막 월말일이었고, 공문을 받은 시간은 퇴근 2시간 30분 전"이라며 "월말에 몰려든 사건을 처리하고 있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오후 5시부터 검사들과 심각하게 의견을 나눴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고서를 담당한 검사는 주말 내내 고민을 하며 저희 청에 입장을 정리한 후 전날(2일) 의견조회 공문을 보냈다"며 "일선 청에 배포된 공문은 3월3일까지 의견을 회신해달라는 공문이었고, 제 짧은 검사 경험상으로도 법무부는 검찰 관련 법안의 경우 대검을 통해 의견을 취합하고 반영해 의원실에 회신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검사는 "하지만 첨부된 공문에 3월1일까지 회신해달라'는 법무부 정책기획단 공문은 실소를 금할 수 밖에 없었다"며 "법무부, '검사는 공소관 역할의 집중…수사·기소 궁긍적 분리 바람직"이라는 기사를 링크했다.

이에대해 "검찰의 의견은 어떤 방법으로 '취합'한 것인가. 이것이 장관이 말한 '검찰 현장에서 일선의 의견을 듣겠으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언론 인터뷰 내용의 실현 결과인가"라며 "앞으론 일선 검사의 의견을 묻지말고, 법무부 소속 이름과 의견서를 작성한 담당자의 이름으로 표명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고, 그로인한 손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현재 검수완박(검찰 수사관 완전박탈)'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검찰제도의 개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수청 법안 등에 대한 청주지검 충주지청의 검토의견을 첨부했다.

해당 의견서에 따르면 "중수청 법안은 현행 법률이 정착되기도 전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제도'를 만든다는 이유로, 앞선 결과물을 전면 부정하는 법률로 제정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며 "중수청법 제정안에는 공수처 등 수사기관과의 협력관계를 규정하고 있으나, 공소청에 대해서는 공소유지를 위한 협력의무 조차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적혀있다.


또 "제정안은 형식적인 수사, 기소의 분리에만 집중해 중대범죄를 대응할 역량이 약화될 뿐 아니라 수사 및 재판이 지연될 경우 당사자들이 입을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전무하다"며 "우리나라의 검찰제도는 프랑스 검사제도의 영향을 받아 도입되었는데, 검사의 수사권을 단순한 행정작용의 하나로 보아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도입취지의 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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