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에 또 당했다" 스가, 긴급사태 재연장 '급선회' 배경은

      2021.03.04 16:37   수정 : 2021.03.04 16:37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고이케가 다시 한 번 선수를 쳤다."
긴급사태 선언 연장에 부정적이었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재연장으로 급선회한 배경을 놓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선공'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가 총리와 고이케 지사는 일본 정계에서 '견원지간'으로 유명하다.



고이케 지사는 긴급사태 선언 해제(당초 3월 7일로 예정)를 닷새 앞둔 지난 2일 도쿄 인근 광역단체장들과 합세해 긴급사태 선언 재연장을 위한 여론조성에 나섰다.

머뭇대다가는 '총리'와 '지사' 대결구도가 될 판. 총리 관저에서는 "고이케가 선수를 쳤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고이케가 스가 총리와 담판을 짓기 위해 총리 관저를 방문할 것이란 얘기가 돌 지경이었다. 여론은 이미 재연장을 요구하는 답변이 80%(니혼게이자이 여론조사 2월 26~28일 실시)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민심 위에 올라탄 고이케의 여론몰이로 인해 스가 총리가 해제로 밀고갈 수 없는 상황이 그려진 것이다.

3일 오후 늦게 스가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 2주 연장 의사를 내놓은 것에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스가 총리는 고이케 지사의 긴급 사태 선언을 둘러싼 '시간차 공격'에 두 차례 당한 바 있다. 고이케 도지사는 지난해 초 코로나 1차 확산기, 당시 아베 총리를 압박해 긴급사태 선언을 끌어냈으며, 올 초에도 스가 총리에게 같은 요구로 긴급사태 선언을 관철시키는 모습을 자아냈다.


두 총리 모두 '경제 지표는 곧 표심'이라는 정치 공식에 따라 경제 타격이 가해지는 긴급사태 선언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고이케는 방역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는 민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고이케가 긴급사태를 주장하면, 총리가 하루 이틀 뒤 이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이 반복됐다. 이른바 고이케 공식이다.

이번에도 고이케 지사는 먼저 움직였다. "결정은 (총리인)내가 하는 것"이라며 받아쳤던 스가 총리도 이 발언이 나간 지 만 하루 만에 재연장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물론이고, 그 밑에서 7년 8개월간 관방장관을 지낸 스가 총리 역시 고이케와 앙숙이다.
스가 총리는 고이케가 2016년 자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퍼포먼스를 앞세운) '극장형 인간'에게 도쿄 도정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난, 공개적으로 견원지간임을 인증한 바 있다. 고이케는 자민당 출신이면서도, 아베, 스가 두 사람과의 각 세우기 전략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전날의 예고와 4일 정식으로 2주를 시한으로 긴급사태 선언이 재연장됨에 따라 스가 총리의 경제활동 재개 구상도 다시 한 번 뒤로 밀리게 됐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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