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공주들 중동까지 날아가 몰래 백신 맞아 구설수
2021.03.05 06:57
수정 : 2021.03.05 06: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의 누나 2명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가서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연령상 우선 접종 대상이 아닌 왕실 구성원이 몰래 해외에서 백신을 맞았다는 점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5일 외신에 따르면 펠리페 6세의 누나인 엘레나(58) 공주와 크리스티나(56) 공주는 최근 UAE 아부다비에 가서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두 공주는 아부다비에 갔다가 부친을 정기적으로 만나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권유를 받고 수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주들의 부친 후안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1000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되자 지난해 8월 해외로 도피했으며, UAE 아부다비에 정착했다.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비리가 딸들이 백신을 빨리 맞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은 “공주들의 백신 접종을 국민은 특혜라고 받아들인다”며 “군주제를 더욱 불신하게 만든다”고 했다. 욜린다 디아즈 노동부 장관은 “매우 불쾌하고 매우 추하다”고 했다.
지난 1975년 독재자 프랑코 장군이 숨진 지 이틀 후 즉위한 후안 카를로스 1세는 민주적인 통치 체제가 뿌리내리는 데 공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후안 카를로스 1세와 왕실은 갖가지 추문으로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호화 생활과 여성 편력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2014년 아들 펠리페 6세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그는 사우디의 고속철도 사업을 스페인 국영철도회사 컨소시엄이 수주해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과 관련해 사우디 왕가로부터 1억달러가량의 사례금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지난해 수사를 벌이자 해외로 도피했다.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도 2014년 탈세로 여론의 비난을 받은 적 있다. 이 사건으로 크리스티나는 정식 공주 작위를 박탈당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