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고찰’ 내장사 대웅전 화재로 전소…창건 이래 4번째 수난
2021.03.06 12:59
수정 : 2021.03.06 12: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읍=김도우 기자】 ‘1000년 고찰’ 전북 정읍소재 내장사(內藏寺)가 건립 이래 네 차례나 화마 피해를 보는 수난을 당했다.
이번에 발생한 화재 원인은 사찰 구성원 간 내부 갈등에 따른 한 승려의 방화로 알려졌다.
잿더미로 변한 내장사 대웅전을 보는 승려들과 지역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 술 마신 승려, 홧김에 방화 잿더미 된 대웅전
내장사 대웅전이 5일 저녁 한 승려의 방화로 전소됐다.
6일 전북도 소방본부와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5일 오후 6시 30분께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신고 18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으나 대웅전은 이미 큰 불길에 휩싸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전북도 소방본부는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진화 인력 85명과 탱크차와 펌프차 등 차량 21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처마를 올라타고 지붕으로 옮겨간 불은 주변을 빨간빛으로 밝히며 무서운 기세로 ‘천년역사’를 태웠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7시 53분께 초진을 완료하고 오후 9시 10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이번 화재로 대웅전 한신 목구조 건물 전체가 불에 사라졌다. 지난 2012년 전기 요인에 의해 불이 난 지 9년 만이다.
■ 불 지르고 현장에 있던 방화 피의자 검거
전북 정읍경찰서는 불이 난 대웅전 현장에 있던 방화 피의자인 승려 A(53)씨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현행범 긴급 체포했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체포 당시 그는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화할 때 대웅전에는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최근 절에 온 뒤로 사찰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다가 다툼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술을 마신 뒤 홧김에 대웅전에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읍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다른 승려 등 내부 관계자들과 다툼을 벌인 이후 불만을 품고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용의자 진술과 주변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방화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내장사 636년 창건 이래 4번째 화재
앞서 내장사 대웅전은 지난 2012년 10월 31일에도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에 소실된 바 있다.
이에 정읍시는 시비 등 25억원을 들여 2015년 대웅전 건물을 새로 지었으나 6년만에 또 다시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내장사는 조선 중기 정유재란 당시 전소된 적이 있고 한국전쟁 초기인 1951년 1월 암자가 불에 타는 불은을 겪은 것을 포함하면 이번이 4번째다.
내장사는 백제 무왕 37년인 636년 영은조사가 백제인의 신앙적 원찰로서 50여 동의 전각을 세우고 영은사로 창건했다.
1557년(조선 명종 12년) 희묵 대사가 영은사 자리에 법당과 당우를 새로 건립해 중창하고, 산 안에 무궁무진한 보물이 숨어 있다고 해 절 이름을 내장사로 칭했다.
이후 1957년 주지 야은 스님이 해운당을, 1958년 다천 스님이 대웅전을 건립했다. 1965년에는 대웅전과 불상과 탱화를 조성해 봉안했다.
165㎡ 규모인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에 팔작(八作)지붕을 이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