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 뒤 사망..유족 배상 가능성은
2021.03.10 06:30
수정 : 2021.03.10 06:29기사원문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한 8명에 대해 '백신 접종과 사망 인과성이 없다'고 잠정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는 정부가 집단면역을 위해 백신 접종을 권고한 만큼 '인과성'을 따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백신 접종 후 사망에 대해 '인과성'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 보상을 거부할 경우 유족은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거부처분 취소소송(행정소송)을 하거나 의료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 '인과성 없다'는 잠정 결론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정부가 백신 접종 후 사망한 8명에 대해 "백신 접종과 사망은 인과성 없다"고 발표한 내용은 현재로선 '잠정 결론'이다. 부검 결과 등에 따라 바뀔 여지도 있다.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은 "사망자들과 같은 백신을 같은 날, 같은 접종기관에서 맞은 이들 중 중증 이상반응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사망자들은 아나필락시스 쇼크(접종 직후 전신에 심한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증상) 증상을 보이지 않았고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며 백신접종과 사망사이에 인과성이 없다고 결론냈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8명의 사망자들은 짧게는 접종 후 15시간에서 길게는 접종 후 3일 20시간 후에 사망했다. 질병관리청은 마지막 사망자(3월6일)가 발생하고 이틀 뒤인 8일 이 같은 잠정 결론을 냈다.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물리적 사고에 의한 사망은 하루 이틀 만에도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는 경우가 많지만 의약품은 다르다"며 "해당의약품 성분으로 인해 발생된 각종 이상반응 내지는 부작용이 사망자의 신체반응에 어떻게 작용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분석하는 것은 짧은 시간 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동찬 변호사(법무법인 더프렌즈)는 "현재로선 '인과성이 없다'라기 보다는 '인과성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은 사망한 8명 중 4명에 대해서는 유족의 동의를 얻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백신접종 권고..."보상폭도 넓혀야"
법조계에선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정부가 적극 권장하는 만큼 피해보상에도 정부가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정부는 현재 인과관계가 있을 경우 보상을 해준다는 입장인데 초기에는 배탈, 구토, 발열 등 작은 이상반응에 드는 검진 비용과 진단서 발급 비용 등 모두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초반에 적극적인 보상으로 집단 면역을 형성하게 하고 나중에 보상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작용을 우려해 대학병원 의사가 자기는 백신을 안 맞겠다고 한 경우도 있다"며 "접종 거부나 기피에 따른 피해가 훨씬 더 큰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신 접종 과정에서 이상반응에 대해 접종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위험성에 대해서도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엄 변호사는 "하루 6만4000여명 이상 접종하는 과정에서 의료진들이 접종 전 수많은 대상자에게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신뢰하기 어렵다"며 "특히 일정연령 이상 혹은 요양병원 입원중인 고위험군 등 기저질환 예상되는 집단에는 접종 시 기저질환 유무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접종에 앞서 사전 동의서를 받도록 돼 있는 만큼 사전동의서 작성과정에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 백신 피해보상을 정부가 거부할 경우 유족은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거부처분 취소소송을 할 수 있다고 법조계는 설명했다. 사망의 원인이 백신 유통 및 보관, 접종 과정에서의 과실일 경우 의료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소송을 할 경우 배상을 위한 '입증 책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엄 변호사는 "입증 책임이 유족들에게 있는 이상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백신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과거보다는 입증 범위를 낮추지 않을까 싶다"며 "보상을 쉽게 해야 전 국민 백신 접종 정책에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