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논란, 남성들도 '발끈'

      2021.03.10 09:50   수정 : 2021.03.10 10: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면접에서 "여자는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동아제약에 대해 불매운동 기류가 커지고 있다.

일부 여초 사이트를 중심으로 해당 질문이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동아제약은 뒤늦게 사장 명의로 사과댓글을 달고 담당자를 중징계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반면 남성들 사이에선 군필 남성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한 점이 이 같이 개별적인 성차별로 불거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동아제약 "군대 갈 생각 있냐" 일파만파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동아제약이 판매하는 약품에 대한 불매리스트가 여초 사이트를 중심으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유튜브 프로그램 '네고왕'에 등장한 동아제약이 지난해 신입사원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했다고 지목된 것이 이유다.

최호진 동아제약 대표(55)가 등장하는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이 논란의 시발점으로, 댓글을 작성한 A씨는 지난해 11월 면접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다수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논란이 일고 있는 질문을 한 사람이 OO팀장"이라고 특정하며 "(면접 뒤) 비상계단에 쪼그려 앉아 서럽게 울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A씨는 면접관으로부터 "여자는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관은 A씨 외 다른 남성 지원자에게는 "어느 부대에서 근무했는지" "군 생활 중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군 생활 중 무엇을 배웠는지"를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동아제약은 지난 6일 최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최 사장은 "작년 11월16일 신입사원 채용 1차 실무면접 과정에서 면접관 1명이 지원자에게 면접 매뉴얼을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면접 당시 회사는 인사제도 개편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었고, 특히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군필자 신입 초임 가산 제도에 대한 이슈가 논의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동아제약은 인사책임자에 대해서도 직책 해임 및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동아제약 사태로 일부 기업의 성차별적인 면접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정 성별 지원자에 대해서만 부적절한 질문을 하는 사례가 비단 동아제약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중견 및 중소기업 등에선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 지원자들의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 교육기업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셨다는 이모씨(30·여)는 "'결혼한 것으로 아는데 가족계획이나 변동가능성이 있느냐'는 말을 듣고 어떤 답을 해야할지 난감했다"며 "동아제약만의 일이 아니라 성차별적인 시선이 만연한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필 남성 푸대접부터 바로잡아야" 주장도
일각에선 군가산점이 철폐되고 군 경력을 승진에 반영하지 않는 등의 조치가 이어지는 상황이 이 같은 논란에 부채질을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군복무를 통해 병역 의무를 다한 남성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분위기가 과도한 편가르기와 부적절한 우대로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실제 공무원과 공기업 등에서 군필 지원자를 우대하는 군가산점제는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아 사라진지 오래다. 해당 제도는 취업난으로 공무원과 공기업이 각광받게 되며 여성계를 중심으로 여성과 미필 남성에 대한 차별이란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에 '군경력이 포함되는 호봉을 기준으로 승진 자격을 정하지 말라'는 인사제도 개선안까지 내려 관심을 모았다. 지침이 반영된 곳은 36개 공기업, 95개 준정부 기관, 209개 기타 공공기관 등 모든 공공기관으로, 기재부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2년에 걸친 군복무에도 각종 혜택이 철폐되는 상황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즉각 일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여성도 군대에 보내라'는 취지의 청원까지 올라왔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청년이 원하는 ‘정의와 공정’에 훨씬 못 미치고, 오히려 청년들 분노에 도화선만 붙이는 꼴"이라며 "다수 청년들은 ‘기재부의 탁상행정으로 청춘 장병에 대한 헤아림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마저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남성만 강제 징집대상으로 병역의 의무를 지고 있는 가운데 그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성별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교 출신으로 최근 전역한 김모씨(28)는 "면접에서 병풍처럼 세워놓고 답하기 곤란하거나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어떤 건지 그 심정을 잘 알고 그런 게 없어져야 된다는 것도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논란을 아예 군대에 대해 묻지 말라거나 하는 식으로 몰아가는 일부 여성들의 주장은 매우 편협하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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