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언어의식, 현재 모습은?

      2021.03.10 10:09   수정 : 2021.03.10 10: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맞춤법과 발음, 단어의 유래와 의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욕설과 비속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는 답변도 늘었다. 지역어 사용자는 줄었으나 지역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은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국민들의 국어 및 국어정책에 대한 관심 수준, 언어 사용 및 언어 교육 문제 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2005년부터 5년마다 시행하고 있으며, 이번 제4차 조사는 국립국어원이 (주)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하여 실시했다.

조사결과 우리 국민의 55.4%는 국어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해 2010년 제2차 조사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말하기(78.5%), 언어 예절(73.9%), 맞춤법과 발음(69.8%), 글쓰기(69.1%) 분야에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말하기’와 ‘언어 예절’은 대화나 회의 상황과 같이 직접 소통할 때 필요한 능력으로, 국민들은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맞춤법과 발음(2005년 19.9%→2020년 69.8%), 단어의 의미와 유래(2005년 4.2%→2020년 53.7%) 분야의 관심도는 지난 15년 사이에 5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이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어문 규범을 지키는 것은 필수적인 소양이 되었고, 국어에 대한 관심의 폭도 현대에 머물지 않고 과거로까지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5명은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욕설이나 비속어를 자주 또는 가끔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본인에 대한 질문에는 10명 중 2~3명만 욕설이나 비속어를 자주 또는 가끔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32.6%가 기분이 나쁜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답했고, 23.1%는 습관적으로, 22%는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답했다. 2005년 결과와 비교하면, 기분 나쁨 표현(2005년 55.6%→2020년 32.6%)은 크게 줄어들고,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는 답변은 21.9%포인트나 높아졌다(2005년 1.2%→2010년 14.7%→2020년 23.1%).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욕설과 비속어가 쉽게 전파되고, 일상적으로 이런 말들을 접하게 되면서 문제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평소 표준어를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56.7%로 2005년에 비해 9.1%포인트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교육, 방송 등 공적 영역에서 표준어가 사용되고,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표준어 사용에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표준어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지역어 사용자의 감소세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어 사용자에게 친근하고 편안함을 느낀다는 답변은 79.9%로, 최근 10년 사이에 2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모든 세대에서 70% 이상이 지역어 사용자에게 친근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우리 사회가 언어적 다양성과 지역 문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국민의 89%는 신문.방송에서 나오는 말 중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주 있다는 응답은 최근 5년 사이 30.7%포인 증가했다. 그리고 곤란함을 겪은 말로는 전문용어(53.3%), 어려운 한자어(46.3%), 신조어(43.1%)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코로나19 상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전문용어와 어려운 한자어가 다수 사용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측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의 난이도를 어떻게 느끼는지도 알아보았는데, ‘쉽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33.4%였고, ‘어렵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22.9%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공공언어를 어렵게 여기는 사람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공공언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두 개씩 꼽아 보라는 질문에는 ‘복잡하고 길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과 ‘낯선 한자어 등 어려운 단어 사용’이 각각 50.8%와 48.2%를 기록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이번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는 제4차 국어발전 기본계획(2022~2026) 수립에 반영할 예정이며, 더욱 면밀한 검토와 후속 연구를 거쳐 우리 언어 현실과 정책 수요자에게 딱 들어맞는 맞춤형 국어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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