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테마파크처럼 숙박시설·식당 짓지않고 주변 마을과 공존"
2021.03.10 13:00
수정 : 2021.03.10 21: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 일출랜드는 제주 동부지역을 대표하는 웰니스(wellness) 관광지다. 코로나19로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가다듬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집콕'이 일상이 된 시대에 잠시 시름을 내려놓을 곳에 대한 답이다.
■ 웰빙·행복 접목…코로나19로 재조명
제주관광공사가 최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제주관광 회생을 위해 민·관·학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제주형 웰니스 관광산업 육성에 본격 나서면서, 일찌감치 웰빙·행복·건강을 접목시킨 일출랜드 조성 배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9만5633㎡ 부지에 들어선 일출랜드는 ㈜삼영관광이 2002년 4월 개장했다. 학술적·관광적·문화적 가치가 큰 천연용암동굴인 '미천굴'을 중심으로 제주 전통초가를 재현한 민속촌과 수변공원, 선인장온실, 아열대식물원, 분재정원, 잔디광장, 제주조각거리, 화석원, 공예체험시설 아트센터 등이 조성돼 코로나19로 지친 관광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제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 당시 제주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서 전달된 스카프도 이곳 아트센터에서 제작된 것이다. 4·3을 상징하는 동백꽃으로 천연 염색해 만든 '동백스카프'가 화제를 모았었다.
■ "백년손님이 아닌, 든든한 조력자"
고승철 ㈜삼영관광 일출랜드 대표이사는 "코로나19로 제주여행 트렌드가 확 달라졌다. 감염병 차단과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치유와 건강증진 목적의 웰니스 여행지가 주목받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는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대표는 일출랜드 설립자인 강재업 회장의 맏사위다. 대학 졸업 후 1987년 대한생명(한화생명 전신)에 들어가 제주영업국장까지 지낸 후 2000년 일출랜드로 자리를 옮겼다. 상무·전무이사를 거쳐 2016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백년손님이 아닌, 든든한 조력자다. 업무추진력이 강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고 대표는 현재 제주도관광협회와 제주도박물관협의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고 대표는 특히 장인인 설립자의 뜻을 이어 일출랜드의 최우선 가치를 청정과 공존에 두고 있다. 고 대표는 "일출랜드를 가장 제주적인 자연·문화 체험 공간으로 만드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면서 "100년·200년 후에도 일출랜드가 지속가능한 제주의 대표 관광지로 남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 대형식당·숙박시설 조성 안 한다
일출랜드는 지역과 더불어 성장하는 관광지다. 30년이 넘는 임직원 모두 주변 성산읍·표선면·남원읍 출신이다. 제주도내 테마파크로서는 드물게 대형 식당과 숙박시설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제주투자진흥지구를 비롯해 도내 대부분 대규모 개발사업장은 너나 할 것 없이 당장 돈이 되는 콘도미니엄·관광호텔 조성에 주안을 둬 왔다.
하지만 일출랜드는 주변 마을과의 상생을 위해 대형 식당과 숙박시설은 관심 밖이었다. 이에 따라 지금도 대단위 마이스(MICE) 행사가 열리게 되면, 주최 측에 주변 마을 식당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고 대표는 6차 산업에도 관심이 많다. "제주가 자랑하는 청정 자연환경이라는 장점을 살려 1차 산업을 생명산업으로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힌 고 대표는 1차 산업인 농업을 단순 생산에 그치지 않고, 제조·가공(2차)뿐 아니라 관련 서비스(3차)까지 연계한 6차(1차+2차+3차)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모델로 가족회사인 농업회사법인 ㈜제주인디를 설립했다.
이곳에선 청정 제주식물 생태계의 보고인 일출랜드에서 재배되고 있는 식물자원을 활용해 가장 제주다운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 부인 강춘일 대표가 운영하는 이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염·항균 효과가 큰 '쪽(Indigo)'을 주원료로 유아용 제품을 생산한다. 이곳에서 만든 마스크팩은 제주산 화장품 인증제품으로서는 처음으로 2018년 7월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CFDA)의 위생허가도 획득했다.
■ 6차산업 육성·마이스상품 개발
고 대표는 마이스 관광객을 위한 테마파티·팀빌딩·이벤트공연 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곳에는 최대 500명 규모의 회의장을 갖추고 있다. 동굴과 식물원·산책로와 함께 지역 예술인을 후원하기 위해 만든 제주조각거리와 지역 내 농산물을 활용한 체험관광은 상품 개발의 든든한 힘이다.
고 대표는 최근 지역주민과 함께 안테나숍 개설도 준비하고 있다. 고 대표는 지역축제와 주변 마을에서 생산하는 6차 산업제품을 공동 판매하는 매장을 개설해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관광지이면서 주민소득에 기여하는 '제주형' 웰니스 관광산업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출랜드에는 볼거리로 10경(景)이 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눈 내린 날의 붉은 빛 동백꽃 무리, 안개 속에서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미천굴 입구와 55만개의 돌멩이 성, 제주 자연석과 화초·폭포·물고기가 어우러진 수변공원, 일몰 무렵 워싱턴 야자 실루엣, 나무인 듯 꽃인 듯 새순이 돋아나는 홍가시의 물결, 본지·유건에·모구리·나시리로 이어지는 주변 오름 풍광, 일출랜드 자체를 물들이는 철쭉의 향연, 다도해를 옮겨놓은 듯한 만수시의 미천굴 다도해, 카나리아 야자수 밑에서 올려다보는 파란 하늘, 언제나 싱그러운 녹색의 수목원은 '안구정화' 그 자체다.
관광객들이 이곳을 다시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