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또 그 예스맨들...역량 떨어져도 6년 '철밥통'
2021.03.10 18:55
수정 : 2021.03.12 08:44기사원문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월 말에 있을 금융지주 주총에서 대부분의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재선임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8명의 임기가 동시에 끝나지만, 최대 재임기간을 채운 윤성복 이사회 의장과 차은영 이사를 제외하면 교체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금융도 노성태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박상용·정찬형·전지평·장동우 이사를 사외이사로 재추천했다. 이처럼 사외이사들 대부분이 연임하는 것과 관련, 금융지주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경영진 교체보단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거의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이 임기가 끝나도 다시 사외이사가 됨에 따라 그동안 계속 제기됐던 사외이사 역할론에 대한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안건들에 대해 시종일관 '거수기' 역할 만을 수행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4년간(2017년 1월~2020년 8월. 우리금융은 2019년 1월~2020년 8월)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KB금융은 이사회에 상정된 106건의 안건 중 부결된 안건이 한 건도 없었고, 신한금융은 139건의 안건 중 부결된 안건이 2건에 불과했다. 하나금융은 128건의 안건 중 부결된 안건이 1건이었고, 우리금융은 109건의 안건 중 부결된 안건이 한 건도 없었다. 농협금융도 208건의 안건 중 부결된 안건이 한 건도 없었다.
해외 선진국과 달리 국내 금융지주들은 전문성 및 공익성 등 특별한 기준에 의해서 보단 특정 네트워크 등을 중심으로 사외이사들을 형식적으로 선임하고, 이렇게 선임된 해당 사외이사들은 감시와 견제는커녕 금융지주들의 충실한 '거수기'로만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일부 금융지주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이사 전문성이 부족하고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이사회 구성의 정합성을 제고하라"고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렇다 보니 사외이사들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문제가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연관시켜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역할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역할에 문제가 있을 경우 앞으로 금융지주에 대한 ESG 평가 중 'G'(지배구조) 부분에 대해 낮은 점수를 부여하도록 관련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문성 및 공익성이 부족한 대부분의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한번 하면 약 6년을 '철밥통'처럼 지내고, 회사 경영진과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형성한다"며 "금융지주들은 적절한 사외이사들을 선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고, 앞으로는 금융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서 금융공공성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등 공익적 활동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노력과 관련 평가를 엄격하게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