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화염에 휩싸일 수 있어…전북 목조문화재들 화재에 무방비

      2021.03.11 13:31   수정 : 2021.03.11 13: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일 수 있는 전북 목조문화재가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전북도에 따르면 문화재로 등록된 전북 지역 목조문화재 상당수가 기본적인 방재시설조차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에 분포한 국가·도 지정 목조문화재는 205곳으로 이 중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대부분 소방수 공급 배관 등이 문화재 미관을 저해하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소화전을 설치한 곳은 70곳(34.2%)에 불과했고 화재 발생 시 착화를 지연시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염처리는 62곳(30.3%)에 그쳤다.


화재 경보시스템이 없는 곳은 37곳(18.1%), 화재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지 않은 곳은 31곳(15.1%)이었다.

화재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곳도 142곳(69.3%)이나 됐다.



문화재는 아니지만 381곳에 분포한 사찰 목조건물도 화재에 취약한 것은 마찬가지다.

전북소방본부가 지난해 177곳의 사찰을 점검한 결과 27곳(15.3%)이 화재 예방에 매우 취약하고 36건(20.3%)은 시정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 대웅전이 잿더미로 변한 정읍시 내장사 역시 방화시설이 취약했다. 한식 목조건물이 16개동이나 되고 시내에 자리한 정읍소방서에서 119 소방차량이 출동하기까지는 25∼30분 소요되지만, 스프링클러는 한 곳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불이 난 내장사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다.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사찰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내장사 대웅전은 2012년 10월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되는 불로 전소된 뒤 복원하는 과정에서 자동 소화장치는 설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는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화재 위험성이 큰 목조 건축물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전주대 문화재 방재연구소장은 “소화전을 사용해 불을 끄려고 할 때는 건물이 이미 불로 뒤덮인 뒤라서 늦을 수밖에 없다”며 “관련법이 미비하다고 해도 화재 위험에 건물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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