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궈홍 전 주한중국대사 "韓스트레스 이해, 시 주석 방한 올해 희망"

      2021.03.14 16:50   수정 : 2021.03.14 16:50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엔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미국이 전임 정부의 대중국 강경책을 그대로 계승한 채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 협의체 ‘쿼드’를 비롯한 동맹·우호국 규합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은 ‘자력갱생’을 외치며 맞불을 놓는 형세가 공고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미중 신냉전시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이 오는 18~19일 고위급 회의를 열고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디커플링(탈동조화) 수준의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확장되지 않더라도, 견제와 반격이 끊임없이 펼쳐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미중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런 상황이 딜레마다. 자칫 양국 모두와 관계가 틀어지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당장 쿼드에 한국 등을 포함시키는 ‘쿼드 플러스’ 구상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한중 신뢰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새로운 양자택일이다. 한국은 이미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5년째 ‘한한령’(한류금지령)이라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26여년간 외교관 생활을 해온 동아시아 외교 전문가 추궈홍 전 주한 중국대사 겸 중국 싱크탱크 차하얼학회 동북아 수석연구위원(64)은 “한국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 “한국과 미국 관계가 역사적으로 함께 발전해왔다는 것을 중국은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中사이 韓스트레스 이해"
추 전 대사는 지난 11일 오후 베이징 중국한국상회 사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은 자기 이익에서 출발해 한미 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이 미중 관계에서 한 쪽을 선택하기를 요구한 적이 없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추 전 대사는 일본 20여년, 한국 6년을 포함해 38년 동안 중국 외교부에서 아시아 업무를 담당했다. 2019년 12월 주한대사를 마무하고 귀국한 뒤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발언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하는 한국의 입장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한 가지 전제를 달았다. ‘한미 동맹의 관계가 중국의 이익을 해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추 전 대사는 “미국의 (한중우호관계) 방해(시도)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국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한중 협력의 원활한 추진이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방해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대부분 모두가 다 아는 오래된 문제”라며 “양국 정부는 지혜롭게 관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라고 답했다.

추 전 대사는 오는 18~19일로 예정된 미중 고위급 회담에 관해선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회담 결과가)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때 미중 관계가 곤란을 겪었고 바이든 대통령 이후에도 미국에서 많은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이미 중국을 가장 큰 도전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회담을) 너무 이상적으로 보면 안된다”라면서 “(그러나)중미 관계는 대항하는 것보다 대화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시 주석 방한, 하반기 낙관
시진핑 주석의 국빈방한 문제의 경우 ‘조속히 실현한다’는 것이 한중 쌍방의 명확한 공통된 인식이지만 열쇠는 ‘코로나19의 방역’이 쥐고 있다고 내다봤다. 개인적인 희망은 올해 중으로 한국에 방문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없었으면 이미 실행됐을 것”이라며 “정치적 고려는 없고 낙관적으로 보면 늦어도 하반기에는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추 전 대사는 시 주석의 방한 이후 한중 고위급의 상호 신뢰가 돈독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중 수교 30년 동안 사드와 같은 큰 파고를 여러 차례 겪었지만 최근 들어 양국 부총리급, 장관급 방문과 화상통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풀이했다.

추 전 대사는 포스트 코로나와 한중경제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코로나19 기간에 급격히 성장한 건강, 의료, 인터넷 쇼핑, 신에너지, 바이오 기술 등에서 한중 기업이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가 예로 든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LG, SK이고 중국 기업은 화웨이, ZTE(중신통신), 비야디(BYD) 등이다. 화웨이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이며 ZTE는 통신 대기업이다. 비야디는 전기차를 생산 판매한다.

그는 “이런 산업은 양국에서 일정한 규모와 장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상호 협력의 잠재력이 크다”고 피력했다.

■韓中기업, 제3국 공동 진출 제안
또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확정한 쌍순환 전략이나 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사회발전 계획이 한국 정부의 신남·북방 정책 등과 접점이 많다고 판단했다.

이색적인 의견도 내놨다. 양국 기업이 협력해 아세안이나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진출하면 공동의 이익을 얻을 수 있고 현지의 환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산업협력단지 혹은 양국 자체적인 다양한 국제협력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언급했다.

추 전 대사는 “시 주석이 방문하면 (한중이)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상호 이익을 위한 협력이 심화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백신여권'협조'...중국산 백신 선택권은 韓
코로나19 세계적 경제 여파에 각국이 백신 여권을 앞 다퉈 추진 중이고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 처음으로 백신 여권인 ‘국제여행 건강증명서’를 출시했다. 추 전 대사는 “한국에서 수요가 있다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한국에도 무료 공급이 가능할지 여부를 질문하자, “코로나19 백신은 비즈니스가 아니며 글로벌 팬데믹은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백신 종류가 많고 생산량이 크지만 비교적 발달하지 않는 나라를 중심으로 무료로 공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가장 합리적인 비용으로 한국에 수출할 수 있을 것이며 “(중국산 백신 공급에 대한)선택권은 한국에 있다”고 말했다.

추 전 대사는 “한중의 인문교류가 전면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여행 재개를 위한 교류도 (코로나19)사태가 진정되는 봄바람만 기다릴 뿐 다시 양국 천만명의 인적 왕래는 머지않았다”라고 예상했다.

■가해자日, 겸손하면 문제되지 않아...美대북 강경책 예상
한일갈등 정세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 모두 중국과 중요한 관계”라며 “중국도 한일 관계 정상화가 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갈등은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중국도 일본과 영토(일본명 센카쿠 열도, 중국명 다오위다오) 문제가 있지만 큰 협력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추 전 대사는 다만 사견임을 전제로 “영토 같은 문제는 역사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일본은 가해자인데, 겸손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강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로 복귀할 경우 제재 정책을 펼칠 것이고 북한은 대응할 것이라는 뜻이다.

또 한반도는 오랫동안 긴장, 완화, 재긴장, 재완화를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현저한 특징이 있는데 현재까진 상대적 완화기였으므로 긴장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실현)은 한반도 지속적 평화에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한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일을 놓고는 ‘세계경제의 핵심’이라며 8년 동안 협상을 이어온 3국 FTA를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력>
△1957년 중국 상하이 출생 △상하이외국어대 △외교부 아시아국 △주일본 중국대사관 3등 서기관 △주일본 중국대사관 2등 서기관 △주일본 중국대사관 참사관 △주오사카 총영사관 △외교부 아시아국 부국장 △주네팔 중국 대사 △외교부 섭외안전사무사(대외안전사무국) 국장 △주한 중국 대사 △차하얼학회 동북아 수석연구위원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