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 학폭 가해자와 같은 학교 진학··· 교육청 "방법 없어"

      2021.03.15 14:31   수정 : 2021.05.06 15: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학교 배드민턴부에서 동급생에게 학교폭력(학폭)을 당한 학생이 가해자와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피해 학생은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 학생 부모는 학교폭력이 문제가 된 뒤 ‘전학을 가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까지 열어 학교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서울시교육청은 두 학생 간 접촉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별적으로 전학 약속을 받고 학폭위에서 선처를 해줄 경우 약속을 파기하면 구제방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학교폭력 인정에도 같은 고교 운동부로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폭위에서 학교폭력 사실이 인정돼 사과와 접촉금지 등의 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더라도 같은 고교 운동부로 진학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심지어 학폭위 당시 가해자 부모로부터 ‘전학을 가겠다’는 합의서를 받았더라도 상황은 동일하다.

가해학생과 20여명 규모 운동부에 함께 속해 있는 피해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할 조짐까지 보이자 학부모는 교육청과 학교 등에 호소했지만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C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배드민턴 선수인 A양은 중학교 시절 같은 배드민턴부 소속 동급생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가해자는 J양으로, 지난해 12월 열린 학폭위에서 괴롭힘 사실이 드러났다.

학폭위에 따르면 A양은 서울 Y중학교 2학년이던 2019년부터 3학년이던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인 괴롬힘을 당했다. 학폭위에서 인정된 괴롭힘 사례는 다음과 같다. △J양이 2019년 10월 코리아주니어 대회에 참가했을 때 숙소에서 막힌 변기를 뚫고 있는 A양의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것 △2020년 7월과 10월 체육관과 숙소 등지에서 후배들이 보는 가운데 A양에게 ‘개X’ ‘X같은X’ 등 지속적인 욕설과 모욕을 준 일 △2020년 10월 ‘아가리 똥내난다’ ‘다리가 짧고 뚱뚱하다’ ‘넌 너무 곱게 자랐다’는 등의 지적을 지속적으로 한 사실 등이다.

피해자는 이 밖에도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학폭위는 해당 내용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J양에게 관련 조치를 진행했다. 서면사과와 봉사활동, 접촉금지, 보복이나 협박 금지 등의 조치였다.

A양이 함께 가해자로 지목한 B양에 대해서는 학폭위가 열리지 않았다. B양은 별개 사유로 전학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의 학교폭력 가해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학폭위에 앞서 양측 부모는 A양과 같은 학교로 진학이 예정된 J양을 올해 3월까지 전학시키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학 합의 파기에 극심한 고통 호소

고교 입학 후 약속은 파기됐다. 접촉금지 기간도 올 2월까지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두 학생은 함께 운동을 하게 됐다. A양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9일 대회참가를 위해 찾은 경남 밀양시에선 A양이 숙소 8층에서 극단적 선택이 의심되는 시도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양의 어머니 김모씨는 “뛰어내리려는 순간 선배 언니가 잡아줘서 살았다”며 “우리 애는 119에 실려 응급실에 가는데 가해 학생은 아무렇지 않게 생활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괴롭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어 “학폭위가 열릴 때는 중학교 생활지도부장이 진학결정이 이미 난 상태니 강제전학은 안 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합의하게 된 것”이라며 “합의를 받기 위해 선처를 한 건데 약속을 깼고, 교육청이랑 학교는 어쩔 수 없다고 해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교육청은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학폭위에서 폭력사실이 인정됐더라도 접촉금지 처분 및 이의제기 기한이 모두 종료됐기 때문이다.
전학 약속 역시 개인 간에 이뤄진 것으로, 이를 뒤집더라도 교육청이 강제할 수단은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예방법상 모든 처리가 종료된 이후에는 본인이 불복이 있으면 재심절차를 밟고 행정심판을 통해서 그 당시에 조치에 대한 절차상 하자나 이런 데 불복을 하셨어야 맞다”며 “전학을 개인적으로 약속한 걸 신뢰한 것까지 교육청에서 어떤 법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건지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J양과 B양 측의 반론을 반영해 일부 정정한 기사입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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