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공정성 훼손" vs 정경심 "위법한 수사"...정경심 2심 시작

[파이낸셜뉴스]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에서 정 교수 측과 검찰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의 위법한 수사’를 주장했고, 검찰은 ‘공정성의 훼손’을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 부장판사)는 15일 열린 업무방해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정 교수는 공판준비기일인 만큼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은 공소사실과 항소 이유를 밝히는 등 쟁점을 다투는 정식 공판이 아니었음에도 치열했다.

정 교수 측에선 변호인 10명이 나왔고, 검찰도 9명이 출석해 각각 1심 판결에 대해 반박에 나섰다.

■檢 "정 교수가 남편 장관후보자 되자 준비단에 거짓 지시"
검찰은 1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은 교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 조카로부터 허위 컨설팅비를 받아 사모펀드 운용사 자금 횡령에 개입한 혐의, 사모펀드 출자 약정금을 부풀려 거짓으로 보고한 혐의 등을 무죄로 봤다.

검찰 측은 증거은닉 등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조국 전 장관이 펀드 운용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며 “국민·언론·대통령까지 기만한 거짓해명으로 정 교수가 남편이 장관후보자로 지명되자 준비단에 거짓을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입시비리 혐의를 놓고 검찰은 ‘양형부당’과 더불어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1심에선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등 사문서위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된 바 있다.

검찰은 “입시비리는 우리사회의 새로운 기득권 계층인 피고인 일가가 그들만의 특권을 이용해 교육 대물림을 시도한 점, 이를 위해 법 이용한도를 넘은 거짓 수단을 사용한 점 등의 결과로 다수 학부모가 믿은 시스템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반드시 고려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인인 피고인이 공적지위를 오남용해 무자본 인수합병(M&A)를 통해 위법부당한 사익을 추구했다”며 “이를 막기 위한 부패감시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등 자본시장질서를 위반하고 시장을 훼손한 점을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정경심 측 "검찰의 위법한 수사... 1심은 확증편향"
정 교수 측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의 위법한 수사를 지적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수사과정에서 사모펀드 자체의 투자 문제점이 생기지 않으니 정 교수의 투자 활동을 금융실명법 위반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수사를 전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된 자녀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선 ‘확증편향’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편의점 강도 사건이 발생해 CCTV를 확인했을 때는 피고인과 비슷한 사람이 화면에 잡히면 유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에선 피고인이 같은 시간 다른 곳에 있었다는 진술도 있는데, (재판부는) 이를 피고인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배척한 것”이라며 “앞으로 교과서에 실릴만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후 재판부는 모든 혐의를 다투고 있는 것이냐고 확인에 나섰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모두 “맞다”고 답했다. 검찰 측에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1심 판결문과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의 판결문 등을 증거로 신청하겠다고 전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9일 오후 2시께 열릴 예정이다.

[e-mail]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