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용재 오닐의 인간승리

      2021.03.15 18:00   수정 : 2021.03.15 18:13기사원문
세계 톱클래스 비올라 연주자인 리처드 용재 오닐(43)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어머니 이복순씨는 5세 때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아일랜드계 미국인 오닐 부부에게 입양된 전쟁고아였다. 어머니는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미혼모였다.

'용재'라는 중간 이름은 용기(courageous)와 재능(talented)을 합친 한국 이름이다.

2004년 KBS에서 방영한 '인간극장'을 통해 사연이 알려지면서 심금을 울렸다.
악기를 살 돈도 여의치 않은 생활형편이었지만 10년을 하루같이 하루 왕복 200㎞를 운전해가며 뒷바라지해준 할머니의 헌신으로 줄리아드음악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는 "살아서 비올라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모른다. 긍정의 힘을 할머니에게 배웠다. 나의 타고난 재능은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2013년 주연한 영화 '안녕?! 오케스트라'는 리처드 용재 오닐과 천방지축 24명 아이들의 겁 없는 도전을 그린 음악 다큐멘터리다.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그는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알아요? 나는 비올라를 연주하는 사람이에요"라고 진심을 담아 한국말로 얘기해 감동을 줬다. 겸손함이 아이들 마음을 움직였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14일(현지시간)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비올라와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으로 '베스트 클래식 기악 독주'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래미 어워즈 후보 삼수 끝에 거둔 성과다. 그는 "비올라에게 위대한 날"이라며 "내 삶에 있어서 이런 영광을 얻게 돼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한국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팝 장르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수상자는 예상치 못한 클래식에서 나왔다. 1993년 소프라노 조수미가 '그림자 없는 여인'으로 최고 음반상을 받았고, 2012년과 2016년 황병준이 최고 기술상과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상을 각각 수상한 데 이어 네 번째 경사다.
'인간승리'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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