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시한부 장관' 변창흠

      2021.03.15 18:00   수정 : 2021.03.15 18:13기사원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지난해 12월 29일 국토부 장관에 취임한 그는 15일 기준 77일째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경질이 결정된 '시한부 장관'이다. 변 장관은 지난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청와대에 사의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 다만 2·4 공급대책과 관련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변 장관은 당초 아파트값 폭등 등 부동산 문제를 추스르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시장에서는 기대감과 우려감이 교차했다. 임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임대주택 거주 국민에 대한 막말 논란 등 각종 잡음에 휘말렸다. 청와대는 이를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다.

장관에 취임한 그의 첫 행보는 거침없었다. 2·4 주택공급대책의 얼개를 그리며 부동산정책 전반을 주도했다. '재산권 침해 논란' 등 사업 초반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의욕만큼은 상당했다. 이런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전 직장이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태가 터진 것이다. 사태의 상당수가 변 장관이 LH 사장 재직 시절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됐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을 바라보는 변 장관의 인식이다. 그는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정무적 판단 결여는 물론 시대와 동떨어진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변 장관은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연일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하지만 성난 민심은 사그라들 기미가 없어 보인다. 변 장관이 설계한 공공 주도 주택공급을 추진할 최일선에 있는 LH 직원들이 불법 투기를 막기는커녕 투기에 나서면서 오히려 정책 불신이 커진 것이다.

이는 곧 부동산정책 전반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연일 3기 신도시를 포함한 2·4 대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LH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정책 브레인인 변 장관은 '시한부 장관'으로 리더십을 잃었다. 2·4 대책은 변 장관이 SH 및 LH 사장 재직 시절 공공디벨로퍼로서 경험을 쌓으면서 구상한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H가 주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공공기관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들 사업을 시한부 장관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변 장관을 통해 순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명 요리사를 섭외해 음식점을 차렸지만, 갑자기 그 요리사가 그만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좋을 듯싶다. 여기에 요리사 보조 격인 LH 사장 자리의 공석도 장기화되고 있다. 이런 식당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싶다.

국토부 장관 후임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인사청문회 통과가 비교적 쉬운 정치인 출신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 등이 거론된다. 관료 출신으로는 박선호 전 국토부 1차관 등이 오르내린다.
일련의 사태는 분명 인사 실패와 부동산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도 책임론에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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