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치명적 손상 "최소 두 번"··· 결정적 증언
2021.03.17 14:56
수정 : 2021.03.17 17:42기사원문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정인양 부검 당시 사진엔 정인양 몸 여러 곳에서 멍과 골절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검의 "내가 본 학대 시신 중 가장 손상 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인양 양모 장모씨(35)와 양부 안모씨(37)의 4차 공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김모씨가 출석해 부검 당시 손상정도를 증언했다.
김씨는 “학대냐 아니냐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며 “손상 자체가 너무 심하고 여러 곳에 많이 있어서 고민이 필요 없는 상태”라고 증언했다.
김씨가 법정 내 스크린에 정인양 부검 당시 사체를 띄우고 설명을 시작하자 방청석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머리와 얼굴 등 온 몸에 멍이 든 모습에 일부 방청객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스크린을 등지고 앉은 장씨와 안씨는 고개를 숙이고 한 차례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김씨는 “머리 위쪽에 멍이 있고, 흑백이어서 구분이 잘 안 되는데 여기도 멍이고 이쪽도 멍"이라며 “늑골골절도 애기들한테 사고로는 잘 안 생기고 몇 개만 있어도 학대를 의심하는데 여러 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인인 췌장 절단과 장간막 출혈을 설명하면서는 사망 최소 닷새 전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씨는 “손상 이후에 회복하며 단단하게 만드는 조직이 콜라젠 섬유인데, 그게 며칠 지나야 생긴다”며 “췌장이나 복강 내 손상부위에 (콜라젠 섬유가) 있어서 최소한 수일 이전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걸로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이에 재판장이 “얼마나 됐다고 보느냐”고 묻자 “개인적으로는 5일 전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것”이라며 “최소한이다”고 주장했다.
사망 이전에도 정인양에게 상당한 기간 동안 치명적인 가해행위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다.
■치명적 복부손상, 일회성 아니었다
검찰은 이 같은 증언을 바탕으로 장씨에게 적용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입증에 진력할 계획이다. 살해 당일 발생한 우발적 충격으로 정인양이 사망한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치명적 가해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췌장의 절단 또는 상당한 수준의 훼손이 사망하기 최소 5일 전 발생했다는 사실에 큰 관심이 모인다. 사망 당일 장간막 손상 등 치명적 손상이 있었음과 별개로 사망 5일 전에도 이에 근접할 만한 큰 타격이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단순 아동학대치사를 넘어선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장씨는 복부에 치명적 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장씨 측 변호인은 지난 3차 공판에서 “맹세코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은 사실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항변한 바 있다.
한편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때인 지난해 1월 안씨와 장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정인양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발견됐다. 장씨는 “아이가 소파에서 매트가 깔려 있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병원은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양모 장씨는 입양하고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정인양이 숨진 10월까지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부터 총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도, 분리조치를 하지도 않았다.
수사과정을 감시해야 할 강서아보전 역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인양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