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학교폭력 전문변호사' 법률사무소 사월 노윤호 변호사

      2021.03.22 15:51   수정 : 2021.03.22 16: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사이버 언어 폭력 등 비물리적 학교폭력의 심각성도 신체폭행과 똑같이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코로나19로 학교폭력 역시 비대면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학교폭력이 금품갈취, 폭행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교묘한 사이버폭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악용해 피해 학생이 우스꽝스럽게 찍힌 사진을 캡쳐해 놀리거나, 화면 속 집안 환경을 보고 '가난하다'는 식의 조롱도 한다.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메시지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름을 특정하지 않고 저격하는 이른바 '저격글'을 통한 보이지 않는 폭력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선정한 '국내 1호 학교폭력 전문변호사'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 사진)는 "피해 학생이나 주변 학생들은 저격글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지만 선생님이나 부모는 이를 알 수 없어 어른들의 눈을 피한 가해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며 "피해 학생들은 가해 학생들의 과감한 행동 때문에 그 두려움 또한 훨씬 커진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모욕·명예훼손 적용이 가능한 학교폭력에 대해 수사단계에서 여전히 가볍게 생각하는 분위기를 지적했다.

노 변호사는 "한 피해 학생이 두 달 동안 반 단톡방에서 외모비하 등 조롱을 겪었다. 해당 대화 내용을 문서화해서 출력했더니 무려 3000장이 나왔다"며 "사실 잠 자는 시간 빼고 두 달 동안 피해 학생을 상대로 학교폭력이 이뤄진 것인데, 주 가해자는 1호(서면사과), 2호(접촉·보복금지) 처분, 가담자들은 1호 처분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후 가해 학생에 대해 모욕 혐의로 고소했으나 기소유예로 마무리됐다.

실제 주 가해자가 받은 2호 처분은 의도성을 갖고 가해 할 목적의 접근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결국 피해 학생은 사건 이후에도 가해 학생과 계속해서 같은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노 변호사는 "피해 학생이 겪은 피해의 정도에 비해 과연 적절한 처벌인지 생각해 볼 부분"이라며 "어떤 피해 학생은 화장실에서 가해 학생을 마주칠까봐 학교에서 물도 안 마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노 변호사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효과적인 대처를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태도와 의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해 학생 학부모들의 경우 자녀들의 행동이 학교폭력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일부는 신고 학생에게 '돈이 필요해서 그러냐'는 취지로 비하성 발언을 하는 가하면 가해 학생은 '내 부모가 잘못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반성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부모들의 태도는 결국 자녀에게 독으로 돌아온다"며 "중한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피해 학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녀를 위해서라도 선도와 반성의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변호사는 특히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적용되는 절차들이 교육보다는 징계 판단 중심의 과정이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며 "절차적 하자 발생에 대한 우려로 판단에만 치우쳐 가해 학생을 선도하고 교육해야 할 역할을 배제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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