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다시 외환위기 돌입하나...중앙은행 총재 교체 후폭풍

      2021.03.23 04:44   수정 : 2021.03.23 04: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터키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주말 터키중앙은행(TCMB) 총재를 전격 경질한데 따른 후폭풍이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리라 가치는 추락했고,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20일 오전 나치 아그발 TCMB 총재 경질을 발표하면서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에르도안의 입맛대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22일 외환시장에서 터키 리라는 대혼란을 겪으며 최대 14% 가치가 폭락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주가 지수가 10% 가까이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터키 국채·지방채를 투매해 이들 채권 수익률이 폭등했다.

소시에테제네럴(SG) 전략가 피닉스 케일런은 "나치 아그발 경질로 터키는 기관신뢰도를 붙들고 있던 마지막 닻줄을 끊어버렸다"면서 "터키는 조만간 또 다른 외환위기로 향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그발은 지난해 11월 경제팀 대규모 물갈이 와중에 TCMB 총재로 임명됐고, 과감한 금리인상 정책을 폈다. 리라는 이후 급등했다.

미 국채 수익률 상승세로 신흥국 통화가 하락세를 타기 전까지 터키 리라는 올들어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통화이기도 했다.

리라는 아그발 취임 뒤 가치가 순식간에 20%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또 경질 이틀 전인 18일에는 아그발이 기준금리를 2%포인트 인상한 덕에 또 다시 상승세를 탔다.

아그발은 특히 터키 리라와 주식 등 자산가치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의 전격 경질은 터키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터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15% 이상으로 치솟음에 따라 통화긴축을 요구하고 있다.

미 국채 수익률 상승세 속에 외국인투자자들의 자본유입도 크게 줄었다.

이때문에 에르도안의 입맛에 맞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사합 카브치오글루 신임 TCMB 총재로 인해 터키 리라가 아그발 전 총재 재임 기간의 급속한 상승폭을 모두 까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빈 브룩스는 터키가 '대규모' 투자자 유출 위험에 직면했으며 이는 리라 가치 하강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리라는 지난 주말보다 14% 폭락해 달러당 8.4리라까지 추락했다. 2005년 통화가치 재조정 이후 가장 급격한 하락세다.

터키 채권도 폭락했다.

2031년 6월 만기인 10년만기 달러표시 터키 국채 가격은 19일 달러당 99.87센트에서 이날 89센트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때문에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7.45%까지 올랐다.

리라 표시 채권 역시 급락해 수익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리라표시 10년만기 터키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말 13.6%에서 이날 16.2%로 폭등했다.

터키 국채 디폴트(파산)를 대비한 헤지 비용은 급등했다.

5년만기 신용디폴트 스와프 스프레드는 이날 사상최대 상승폭인 1.55%포인트 폭등해 4.60%포인트로 뛰었다.

한편 터키 중앙은행 총재 경질은 특히 그 시기가 좋지 않아 터키 금융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전격 경질이 발표됐다.


지난주 터키에 이어 러시아, 브라질이 기준 금리를 인상했고, 자본유출을 우려해 각 신흥국들이 앞다퉈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높은 상황에서 터키는 그동안의 기조를 뒤틀어 저금리로 갈아타겠다는 인물을 중앙은행 총재로 앉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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