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카데미영화박물관 개관 "봉준호 전시물에 한국어 지원"
2021.03.23 12:58
수정 : 2021.03.23 14: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카데미 시상식이 시작된 1929년 이후 박물관 건립은 아카데미의 숙원사업이었다. 지난 90년간 세계 영화들의 주요 소장품을 수집해왔다. 아카데미 자체뿐 아니라 1만명의 회원들의 관심으로 영화의 역사, 예술, 과학과 관련된 소장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오는 9월 30일 개관을 앞둔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의 빌 크레이머 디렉터 및 대표가 23일 오전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미국 LA 중심부에 들어서며,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했다. 2만8천 제곱미터 규모로 새롭게 건축된 유리 콘크리트 원통형 건물과 1939년 건축된 메이 컴퍼니 빌딩을 리모델링한 사반 빌딩이 유리 다리로 연결된 구조다.
상설전과 특별전 갤러리, 데비 레이놀즈 복원 스튜디오(Debbie Reynolds Conservation Studio), 특별 이벤트 공간, 카페와 상점을 포함한 7개층으로 구성된다. 또 최첨단 1,000석 규모의 데이비드 제픈(David Geffen) 상영관, 할리우드 힐스의 탁 트인 전망이 있는 옥상 돌비 패밀리 테라스(Dolby Family Terrace)가 특징이다.
빌 크레이머 대표는 “개관에 맞춰 복잡하고 매혹적인 영화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영화 제작에 있어 기념비적이고 교육적인 순간은 물론이고 비판적이고 불편한 사실까지 망라해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는 주요한 역사적 이슈와 사건들을 영화 속에 반영하고 영향을 미쳐왔다”며 “아카데미 박물관에서 우리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러한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이며 영화의 사회적 영향을 강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고 예술 프로그램 책임자인 재클린 스튜어트도 “영화는 타인과 우리 자신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유하게 해준다”며 “그 어느 때보다 공감과 이해가 필요한 시기에 박물관이 관람객들과 영화 종사자들에게 영화 제작의 역사와 영화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세계 모든 사람을 위한 박물관이 되길 바란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들이 타인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길 바란다. 지금이야말로 관용과 공감, 반혐오가 필요한 시대다”고 부연했다.
■ 93회 시상식 맞춰 버추얼 프로그램 론칭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4월 25일 열린다. 박물관은 시상식에 맞춰 4월 22일부터 세계 누구나 웹사이트를 통해 이용할수 있는 버추얼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버추얼 프로그램엔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네 명의 여성 예술가가 함께한다.
오스카의 유리천장을 깨고 각 부문에서 첫 수상의 영예를 안은 소피아 로렌, 우피 골드버그 등이 그 주인공. 로렌은 ‘두 여인’으로 오드리 헵번을 제치고 외국 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로렌, 골든버그, 말리 매틀린, 싱어송라이터 버피 세인트 마리 등 오스카의 역사적 순간을 만든 여성들이 출연하는 대담이다.
또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가 참여한 큐레이팅과 대담, 교육 프로그램 등이 오는 4~9월 선보인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개관 특별전도 마련됐다.
크래이머 대표는 “하야오 감독은 매우 우수한 예술인이고, 세계적으로 팬층 또한 두텁다”며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담화를 시작하기에 하야오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작품 또한 매력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영향 또한 커 개관 특별전의 주인공으로 모셨다”고 설명했다.
상설전에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된다. 크레이머 대표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될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인이 개관전에 함께 한다"며 봉준호, 이창동, 김기덕 감독과 배우 브루스 리, 감독 이안, 지아장커, 미야자키 하야오, 구로사와 아키라 등의 이름을 언급했다.
직접 박물관을 찾지 못하는 세계 관람객을 위해 모바일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전시 및 다양한 프로그램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크레이머 대표는 “버추얼 프로그램은 아주 중요하다”며 “미국 안팎에서 실제로 방문 못하는 방문객을 위해 버추얼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트 책임자 역시 “온라인에서 아카데미 히스토리 타임라인을 제공할 것인데, 93년의 역사뿐 아니라 연도별, 카테고리 별로 아카데미를 엿볼 수 있다. (오프라인의) 아카데미상 갤러리에 들어가 있는 내용 그 이상을 담는다”고 부연했다.
수백가지에 이르는 소장품 전시중 굳이 주인공을 뽑자면 아카데미 트로피일까? 스튜어트 책임자는 “어려운 질문”이라면서 “오스카 트로피는 당연히 멋있는 전시물이다. TV에서 볼 수 있는 트로피라 직접 보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트로피뿐 아니라 지난 90년간 아카데미뿐 아니라 아카데미 회원들의 관심으로 수집해온 수많은 소장품들, 영화 ‘시민 케인’의 소품이라든지 ‘오즈의 마법사’에서 루비가 박힌 신발 등 수백가지 소장품이 있어서, 이를 통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박물관엔 영화 의상과 소품, 홍보자료 등 총 8000점과 함께 사진 1,250만장, 영화 비디오 작품 25만점, 각본 9만1,000개, 포스터 6만6,000여점, 프로덕션 아트 13만8,000점이 전시된다.
크레이머 대표는 “영화는 세계적 매체다. 박물관 역시 세계적 박물관이라서 온라인을 통해 박물관 프로그램, 교육, 영화인들의 대담 등을 세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