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축낸 공무원들 물어내라”… 군산시, 재정손실 2명에 ‘3억 변상’
2021.03.24 07:00
수정 : 2021.03.24 07: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군산=김도우 기자】 부실한 업무 처리로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손실을 입힌 전북 군산시 전·현직 공무원 2명이 3억원이 넘는 거액의 돈을 물어내게 됐다.
납품 업체가 위조한 서류만 믿고 3억원이 넘는 지자체 예산을 지급한 데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은 것으로, 안일한 업무처리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4일 전북 군산시에 따르면 위조된 보증서를 믿고 3억3,300만원의 선금급을 지급했다가 떼이게 된 전·현직 직원 A씨와 B씨에 대해 손실금 전액을 변상하도록 명령했다.
시는 이들에게 손실금의 50%인 1억6,650만원씩을 각각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지자체 공무원이 행정 수행 과정에서 실수를 범한 사실이 드러나면 징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처럼 재정적 손실을 야기한 데 대해 직접적인 변상 책임을 묻는 것은 흔치 않다.
군산시에 따르면 이들 공무원은 지난해 9월 수도사업소가 주관한 ‘공공하수처리장 토출배관 교체공사 전동기제어반 및 계측제어설비 제조·구매’ 업무를 진행하면서 관내 한 농공단지에 입주한 A업체와 4억7,800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선금급으로 3억3,300만원을 지급했다.
수의계약은 농공단지 활성화를 위해 입주 기업과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농공단지 특별법과 지방계약법 등을 적용했다.
선금급은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을 통한 경기 부양 방침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계약금액의 70%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금급은 공사나 물품 구매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도급자가 수급자에게 일부를 미리 지급하는 대금을 말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급업체가 선금급 보증서를 보증보험사에서 발급받지 않고 위조해 제출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보증서의 진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이를 근거로 선금급을 지급했다.
이들은 또 수의계약에 앞서 업체가 계약 물품을 직접 생산하는 능력이 있는지와 근로자 수, 4대 보험 가입자 명부, 원천징수 이행 사항 신고서를 통해 공장 가동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 큰 문제는 계약 이후 발생했다.
업체는 3개월 이상 지났는데도 납품할 물품 제조에 전혀 진척을 보이지 않았고 급기야 연락마저 두절됐다.
업체 대표가 선금급만 받아 달아난 ‘먹튀’를 한 것이었다.
뒤늦게 인지한 담당 공무원들은 상부에 보고했고 감사부서는 특별감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 결과 공무원들은 문제가 불거진 이후 조처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를 보증서 위조와 계약 불이행에 따른 부정당 업자로 등록해 입찰 참가 자격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조치를 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군산시는 업체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해 수사를 의뢰하고 업체 계약 해지 통보와 함께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그러나 업체에 남은 자산이 거의 없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상태다.
시는 감사 결과 이번 일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 변상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법률 조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평소 시가 발주한 여러 차례 공사를 차질 없이 수행해 보증서를 위조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다고 한다”며 “정상 참작할 여지가 없지 않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규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변상 명령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