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얌체' 역외탈세자 54명 세무조사 착수

      2021.03.24 12:00   수정 : 2021.03.24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 영주권자 A씨는 현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이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자녀에게 물려줄 해외 부동산을 매입했다. 이후 법인 지분을 자녀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해외 부동산을 자녀에게 편법 증여했다. 증여 지분에 대해 현지 과세당국에 증여세를 신고했지만 공제한도 미달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A씨의 자녀들은 외국 시민권자라는 점을 이용해 국내 납세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비거주자로 위장하고 증여받은 부동산 상당액에 대해 증여세 신고를 누락했다. 국세청은 A씨 자녀의 부동산 취득자금 관련 증여세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2. B사는 당초 외부감사와 공시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운영됐다. 하지만 2019년 '외감법' 개정으로 외부감사를 받게 되자 유한책임회사로 회사 조직을 변경했다. 과도한 경영자문료 계약 등 은밀한 내부 거래를 통해 해외 모회사에 거액의 경영자문료를 지급해 기업을 결손상태로 만들고, 해외 관계사 매출채권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회수를 지연하는 등 결손 상황에서도 관계사 지원을 계속했다.
또 국내 관계사에 대해서도 용역대가를 과소수취하고 지원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부당지원을 계속했다. 국세청은 B사에 법인세 수백억원을 추징했다.



#3. 사주 C씨는 그룹의 핵심 기업인 A사의 경영권을 자녀에게 변칙 상속하기 위해 A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렸다.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해외거래처로부터 무역 중개수수료를 수취하면서 자녀가 운영하는 국내 관계사 명의로 분산수취하는 방법으로 수입금액, 영업이익 등을 고의로 축소했다. 사주의 자녀들은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A사 주식을 액면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싸게 사들여 세부담을 최소화, 경영권을 승계했다. 국세청은 사주 C씨와 자녀에게 증여세 수십억원과 중개수수료 수입금액을 누락한 A사에 법인세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4. 의류업체 사주 D씨는 가족들이 살고 있는 B국 현지 개발 정보를 입수해 부동산을 구입, 현지 부동산 개발업체에 거액의 양도차익을 남기고 매각했지만 양도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D씨는 B국에 가족신탁을 설정한 후 매각대금을 신탁계정으로 수취하고 거래 은닉과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 D씨 일가는 신탁 명의로 다수 부동산을 취득·관리하면서 그 운영 수익으로 현지에서 호화생활을 영위했다. 국세청은 D씨에 대해 국외 부동산 매각에 대한 양도세 등 수십억원을 추징하고, 해외금융계좌 과태로 수십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이 이처럼 국적 등 신분을 세탁하거나 정교하고 복잡한 국제거래를 이용한 지능적 역외탈세 혐의자 54명을 확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24일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본청에서 비대면 브리핑을 열고 "많은 내외국인이 코로나 치료·방역 등을 위해 다시 입국하고 있는 가운데 납세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국가에서 제공하는 복지와 혜택만을 향유하는 등 '얌체족'들이 생겨나고 있어 국민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주고 부의 편중과 자산불평등에 대한 우려를 크게 하고 있다"며 "국세청은 국민들의 일상을 파고들며 공분을 야기하고 있는 반사회적 역외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비거주자로 위장해 납세의무를 교묘히 회피하고 있는 이중국적자, 국제거래를 이용한 부의 편법증식, 국외소득 은닉 등에 대해 집중적인 세무검증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이 적발한 탈세 유형은 3가지다. 첫 유형은 A씨처럼 '국적 등 신분세탁'으로 소득과 재산은 해외에 은닉하면서 국가의 복지 혜택만 누린 이중국적자 14명과 B사처럼 기업형태로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유한책임회사로 설립·변경한 후 내부자 거래를 통해 소득을 해외로 부당 이전한 외국계기업 6개 등이다. 두 번째는 사주 C씨처럼 우월한 경제적 지위와 배경을 이용해 복잡한 국제거래 구조를 기획하고, 이를 통해 정당한 대가 없이 부를 증가시킨 자산가 등 16명이다. 세 번째는 D씨처럼 중계무역·해외투자 등 정상거래로 위장해 소득을 해외 이전하고 역외 비밀계좌 개설 등을 통해 국외 은닉한 지능적 역외탈세 혐의자 18명이다.

노 국장은 "조사 착수 전 혐의자의 출입국 내역, 국내 사회·경제활동, 가족과 자산현황 등을 철저히 검증하고 국내외 수집정보, 국가간 정보교환자료, 해외금융계좌 신고자료 등 과세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탈루혐의를 확인했다"며 "특히 이들의 신용카드 거래내역을 확인한 결과 납세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등 코로나 방역·의료 등 국가의 복지와 편의만 향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는 반사회적 역외탈세 혐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역외탈세 혐의를 철저히 검증해 과세하고, 조세포탈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검찰에 직고발 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 2019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역외탈세 및 다국적기업의 공격적 조세회피 등 역외탈세 혐의자 318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19년 5629억원, 2020년 5998억원 등 1조1627억원에 이르는 탈루세금을 추징했으며 5건을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통고처분 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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