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허위사실 명예훼손죄, 미필적 고의에 의해서도 성립”

      2021.03.28 09:46   수정 : 2021.03.28 09: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허위사실을 알려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는 미필적 고의(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이를 용인하는 것)에 의해서도 성립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강혁성 부장판사)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대기업 계열 호텔 노조부위원장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약 3달 동안 4차례에 걸쳐 “노조위원장 B씨가 회사 측에 임금인상분 1.5%가 정리되면 1%는 조합원에게 지급하고 0.5%는 본인에게 달라고 했다는 것을 경영진에게 들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B씨는 회사 측과 임금협상을 하면서 임금인상분의 0.5%를 “개인적으로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의 주장 속 등장하는 경영진 C씨도 교섭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의 요구에 따라 말한 것으로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다”며 “이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사회상규에도 위배되지 않는 데다 진실로 믿은 이유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죄의 고의는 결과 발생에 대한 인식이 있고 그를 용인하는 의사인 미필적 고의도 포함되며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도 마찬가지"라며 "A씨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 인정되고 A씨 또한 허위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점과 교섭 당시 녹취록에 '개인적으로 인상안을 달라고 한 건 아니다'는 내용이 있는 점, B씨의 일관된 진술 등을 이유로 A씨의 행동에 고의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어 “C씨가 A씨와 B씨 등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말했음에도 A씨는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행위는 독단적인 추측일 뿐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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