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사태 일단락, 선사 vs 운하 책임공방 이어질 듯

      2021.03.30 11:37   수정 : 2021.03.30 11: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세계 해운은 마비시켰던 수에즈 운하 사태가 일단락된 가운데 운하와 선사 간의 책임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운하를 관리하는 이집트 당국은 사고의 책임이 선장과 선사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운하가 비싼 사용료를 받으면서도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의견을 냈다.

마하브 마미시 이집트 대통령 항만개발 및 수에즈 운하 담당 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이 ‘에버기븐’호의 선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길이 400m, 폭 59m의 22만t급 컨테이너선인 에버기븐은 지난 23일 수에즈 운하 남단에서 좌초되어 운하를 약 6일 가까이 막았으며 29일에야 겨우 빠져나왔다.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해당 선박은 로테르담 도착 이후 정밀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에버기븐호는 사고 당시 강풍으로 인해 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장은 강풍이 주요 원인이 아니라며 기계적 결함이나 인간의 실수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마미시는 사건의 책임이 선사와 선장에게 있다며 "운하는 완벽하게 안전하다.
모든 선박이 사고 없이 지난다"며 "사고가 발생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건 때문에 운하를 보강할 필요는 없다며 "선박 좌초로 인한 결과에 대한 보상과 예인선 사용료 등 모든 비용을 선주에게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라비는 이번 사고 때문에 이집트 당국이 하루 1400만달러(약 158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추정했다.

에버기븐호는 이력이 매우 복잡한 배다. 일단 선박의 소유주는 일본 선사 쇼에이 기센이지만 등록된 국가는 파나마다. 해당 선박을 관리하는 기업은 독일 선박관리기업 베른하르트 슐테이며 대만의 에버그린해운이 에버기븐호를 전세내서 운용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이집트 정부는 쇼에이 기센에 보상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운하관리청의 잘못을 의심하는 의견도 있다. BBC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려면 10만∼30만달러(약 1억∼3억원) 통항료를 내야 할 뿐 아니라 이집트의 규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전문항해사를 태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운하 통항 전문 이집트 일등 항해사 2명이 이번 사고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탑승한 항해사들이 선장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항해사들이 통항 도중에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WP는 만약 사건의 원인이 이집트측 전문 항해사의 실수라고 해도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 해사법에 따르면 선박 사고의 최종 책임은 선장에게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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