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르지도 못하면서"…40년지기 선배 말이 부른 참극
2021.03.31 06:01
수정 : 2021.03.31 08:52기사원문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2020년 3월29일 오후 11시. 50대 남성 A씨의 전화 벨이 울렸다. 발신인은 동네에서 노래주점을 운영하는 지인 B씨였다.
B씨는 "누가 흉기를 들고 와서 행패를 부리니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A씨는 집에 있던 길이 19㎝ 흉기를 챙겨서 나섰다.
하지만 이날 A씨는 엉뚱하게도 다른 주점에서 만난 동네 선배 C씨(60대)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하기에 이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1부는 지난 18일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은 A씨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이날 노래주점에 도착한 A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상황이 종료돼 있자 발길을 돌렸다.
자정이 넘은 시각 인근 다른 주점으로 이동한 A씨는 때마침 그곳에서 40년간 알고 지낸 동네 선배 C씨와 D씨를 만나 합석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기운이 오를 즈음, A씨의 주머니에서 흉기를 발견한 C씨는 "사람을 찌르지도 못 하면서 왜 가지고 다니냐"는 취지의 말을 내뱉었다.
이 말로 다툼이 시작된 둘은 결과적으로 40년 지기에서 살인사건의 피의자와 피해자가 된다.
1시간여 동안 말다툼을 벌인 두 사람은 주점 앞 도로에 나와서도 말싸움을 주고 받았다.
끝내 A씨는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꺼내 C씨의 가슴 등을 수차례 찔렀고, 과다출혈로 인해 C씨는 사망했다.
A씨는 이에 앞서 3월4일에는 사하구 한 가게 앞에서 부부싸움 중인 주인 부부를 말리다가 남편과 시비가 붙어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당시 A씨는 가게 종업원의 연락을 받고 온 지인과 함께 남편을 구석진 곳에 데려가 폭행해 골절상을 입혔다.
병합 재판을 받은 A씨는 지난해 10월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폭력 범죄로 13회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누범기간 중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살인은 가장 고귀한 절대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으로서 어떠한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고 8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2심 법원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대법원에 상소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