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장 부부 미승인 출장비 '줄줄'..재외공관 기강해이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외교부 소속 재외공관 직원들의 근무 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재외공관 10개소에 대한 외교부 자체 감사 자료에 따르면, 주남아공 대사관·주인도 대사관·주교황청 대사관·주포르투갈 대사관 등 10개소의 재외공관에 총 116건의 '기관주의' 조치가 통보됐다.

가장 많은 21건의 '기관주의' 통보를 받은 주인도 대사관의 경우 행정직원이 비밀자료를 보안USB 등 비밀 영역에 보관하지 않고 일반자료로 취급 관리하다 적발됐다.

특근매식비도 허위 영수증을 첨부해 집행 처리하다 적발됐다.

주남아공 대사관에선 공관장 배우자가 본부 승인도 없이 총 4차례에 걸쳐 동반 출장을 다녔고, 이 과정에서 여비로 3008달러(한화 약 340만원)를 지출했다.

영사수입금은 행정직원의 개인 명의 계좌로 송금받고, 자금출납부도 작성하지 않는 등 회계 투명성을 훼손하기도 했다.

주교황청 대사관의 경우에도 공용차량 운전 시 발생한 속도위반 등 3건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공관 예산에서 861.39달러(약 97만원)를 지급했는가 하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총 171회 3325.03유로(약 440만원)에 해당하는 특근매식비를 규정에 위반해 근무시간 중에 집행해오다 적발됐다.

주유네스코 대표부에선 한국인 행정직원을 채용해야하는 채용 절차를 무시하고, 대표부가 임의로 프랑스·미국 국적자로 채용한 사실이 있었다. 일반직 행정직원 공석이 없는데도 공개채용을 진행하는 등 채용 절차와 관련해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관주의'를 받았다.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의 경우에는 공관 직원 개인이 부담해야 할 주택 월임차료를 공관 예산으로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주포르투갈 대사관에선 선물용 주류가 행정시스템상 재고보다 27병이나 부족해 주류 입출고 관리 부실로 '기관주의'를 받는 등 대다수 재외공관에서 크고 작은 규정 위반 행위가 잇따랐다.

김기현 의원은 "외교부의 근무 기강이 멀리 떨어져 있는 재외공관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외교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재외공관의 근무실태에 대한 면밀한 감사를 통해 재외공관의 역량을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mail]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