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북有 서울無··· 시장 선거 '수술실CCTV' 공약 나올까
2021.04.03 11:16
수정 : 2021.04.03 11:15기사원문
현재 경기도와 전라북도가 도내 공공의료원에서 수술실CCTV를 운영하고 있지만 서울은 관련 노력이 전무한 상태다.
■서울시장 후보들, 수술실CCTV 법제화할까
3일 국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장 후보 전원에게 수술실CCTV 법제화 지원 및 공공의료원 내 수술실CCTV 설치·운영 의사를 묻는 질의서가 시민단체 명의로 전달됐다. 발신자는 환자보호 3법 입법을 추진 중인 ‘환자권익연구소’와 유령수술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의료범죄 척결 시민단체 닥터벤데타’다.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장은 제안서에서 “21대 국회 개원 직후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발의되어 있고, 경기도와 일부 지자체에서는 조례로 수술실CCTV 설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국회조사 결과 국민 89%가 법안 통과를 찬성하고 있다”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신 후보님들의 공약에 수술실CCTV가 빠져 있어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물었다.
제안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비롯해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해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후보자 전원에게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선거캠프에선 관련 공약 추가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실CCTV는 2016년 서울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에서 공장식 유령수술로 숨진 고 권대희씨(사망당시 25) 사건 이후 공론화됐다. 당시 문제를 촉발시킨 건 권씨 모친인 이나금씨로, 이번 제안서를 작성한 당사자다.
이씨는 아들 사망 직후 병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수술실CCTV를 확보한 뒤 직접 수백차례를 돌려보며 분석한 끝에 병원이 권씨에게 부적절한 조치를 한 사실을 입증했다.
당시 권씨에게 안면윤곽수술을 하기로 약속한 집도의는 뼈만 절개한 뒤 경력이 일천한 유령의사와 교대했다. 유령의사는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는 상태로, 인턴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집도의와 유령의사, 마취과의사는 번갈아 수술실을 드나들었고 권씨가 3.5L에 이르는 혈액을 흘렸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이 수술실을 비운 건 당시 이 성형외과에서 동시에 3건의 수술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선 성형외과에서 이윤 극대화를 위해 유령수술을 한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경기도·전라북도, 공공의료원서 운영 중
이씨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수술실CCTV법 입법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여 주목받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을 발의했지만 한 차례 논의 없이 폐기됐다.
이씨는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재차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 발의와 통과를 요구했다. 안 의원과 김남국 의원이 이 같은 요구에 호응해 관련법을 발의한 상태다.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으나 통과는 여의치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상당수 의원까지 해당 법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와 별개로 경기도와 전라북도는 도내 공공의료원에 수술실CCTV를 설치해 운영 중에 있다. 특히 이재명 지사 취임 후 수술실CCTV 설치확대 및 운영을 핵심정책으로 추진한 경기도는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도민 대다수가 해당 정책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이에 힘입어 국회에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달라고 공식 요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서울시는 수술실CCTV 민간 확대는 물론 공공의료원 설치조차 나서지 않았다.
강남 일대에 미용목적 성형외과 수천 곳이 집중돼 있고 매년 의료사고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줄을 잇지만 지자체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형외과 뿐 아니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도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의사 대신 유령수술을 하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잇따른다.
지난해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인턴으로 근무하며 엽기적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병원이 정직3개월 솜방망이 처분만 내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A씨는 수술을 받기 위해 마취 상태에서 대기 중이던 여성 환자의 음부를 반복적으로 만지고 “처녀막도 볼 수 있나요”, “(절제한) 자궁을 먹어봐도 되나요”, “저는 00를 좀 더 만지고 싶어 여기 서 있겠습니다” 등의 문제적 발언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병원은 수사의뢰 등의 조치 없이 정직 3개월 처분만 했고, 사태가 커진 뒤 수련을 취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일단락했다.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 등 환자보호 3법이 필요하단 요구가 일어난 배경이다.
■유령수술, 의료범죄 집중 서울시... 변화 일까
유령수술은 권대희 사건 이전에도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2013년 말 그랜드성형외과에서 쌍까풀과 코 수술을 받고 숨진 삼척 여고생 사망사건 이후 촉발된 사건에서다. 2014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주도로 이뤄진 진상조사에선 유모 당시 원장 지시 아래 환자를 상담한 의사 대신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하는 유령수술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 전 원장 등은 지난해 형사1심에서 징역 1년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유령수술이 아닌 협업’이란 취지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공론화를 주도한 김선웅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전 법제이사는 의료범죄척결 시민단체 닥터벤데타를 설립해 유령수술 근절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수년 간 환자 권익 향상과 의료범죄 근절을 위해 싸워온 이들의 요구에 관련 공약을 단 한 건도 내놓지 않은 예비 서울시장 후보들이 어떻게 응답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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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