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수술실CCTV' 공약한다··· 판세 바뀔까 [김기자의 토요일]

      2021.04.03 15:16   수정 : 2021.04.03 15: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공공의료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추진키로 결정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시장 후보 전원에게 수술실CCTV를 공약으로 내걸어달라고 요구한 지 하루만으로, 선거일 전 공약이 발표될 경우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수년 간 수술실CCTV 관련 정책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와 전라북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료원 내 수술실CCTV를 설치 및 운영해 긍정적 효과를 일으킨 것과 대비된다.

박 후보의 수술실CCTV 공약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박영선 후보, 수술실CCTV 공약한다

3일 박영선 후보 캠프에 따르면 박 후보 측이 시내 공공의료원에 수술실CCTV를 설치해 운영하는 안을 공약으로 발표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르면 4일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공약엔 서울의료원, 서울시 북부병원, 서울시 동부병원, 서울시 서남병원, 보라매병원, 은평병원 등 시내 공공의료원의 수술실CCTV 설치·운영 계획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권익연구소와 의료범죄척결 시민단체 닥터벤데타 등 시민단체가 서울시장 후보 전원에 정책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박 캠프 내 정책본부가 발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캠프 내 정책본부가 구체적인 공약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의료원 수술실CCTV 설치·운영은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경기도와 전라북도가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 취임 이후 핵심정책으로 추진해왔으며, 전라북도는 도의회의 합의를 도가 수용해 진행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와 전라북도 모두 시민들의 만족 여론이 높은 가운데, 공공의료원을 넘어 민간병원까지 수술실CCTV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는 상태다.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과 안규백 의원이 각각 발의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보건복지위 자체조사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여론이 무려 89%에 달했지만, 보건복지위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수술실CCTV, 의료범죄 막고 환자 권익 지킨다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도 서울의 단체장으로 영향력과 상징성이 큰 데다, 다수 공공의료원에 수술실CCTV를 설치해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의료 소비자들의 권익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입법이 지지부진한 국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장 후보 전원에 정책제안서를 제출한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장은 “의료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서울시에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후보자들의 공약사항에도 내용이 빠져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며 “뒤늦게나마 박영선 후보가 공약발표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고 반겼다.

이 소장은 이어 “경기도와 전라북도에선 가능한 일을 서울시는 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강남권에 밀집한 성형외과들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의료사고가 벌써 여러 건이 났는데 서울시가 조치하지 않고 있는 건 배임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 서울 지역 의료기관에선 크고 작은 의료사고가 이어져 수술실CCTV 법제화에 대한 요구가 높다. 2014년 논란이 된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사태, 2016년 발생한 고 권대희 사건, 2020년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인턴의 성추행 사례 등 의료기관에서 있어선 안 될 사건들이 연달아 불거져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권대희 사건은 수술실CCTV를 통해 집도의가 수술 도중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의사와 교대하고 다른 환자를 수술하러 가는 공장식 유령수술 사실이 드러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수술실CCTV 확보는 의료사고 법적 분쟁시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여론이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이재명·박영선 이어 국회까지 움직일까

이재명 경기 지사가 핵심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술실CCTV 확대는 민간병원에서 장벽에 가로막힌 상태다. 도는 공공의료원 6곳에 수술실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민간병원 가운데선 수술실CCTV를 운영하는 곳이 손에 꼽기 때문이다.

이에 도는 지난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00여곳을 대상으로 수술실CCTV 설치비 전액을 지원하는 공모를 진행했으나, 단 2곳만 응모하는데 그쳤다. 일부 병원은 공모에 응모한 뒤 잡음이 일자 응모를 포기하기도 했다.

수술실CCTV를 설치한 2개 병원 사이에서도 실적이 크게 엇갈렸다. 소속 의료진 전원이 수술실CCTV 설치에 동의한 병원에선 촬영률이 80%를 넘겼지만, 의료진이 반발하고 있는 다른 병원은 수술실CCTV를 설치만 했을 뿐 촬영이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병원과 의료진의 반대에 수술실CCTV 확대 정책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재명 지사는 국회가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는 등 측면지원에 나섰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보건복지위 소속 위원 일부도 수술실CCTV 법제화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수술실 바깥에 CCTV를 달자며 부정적인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안은 이달 중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본지 3월 6일. ‘[단독] 수술실CCTV 찬성 달랑 1... "밖에 달자" 의견 좁혀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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