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등 韓 기업들, 미얀마 군부와 '손절' 압박에 난감
2021.04.05 13:24
수정 : 2021.04.05 14: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민주화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학살한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쏟아지면서 군부와 협력 사업을 진행하던 한국 기업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현지에서 가스전 및 철강 사업을 벌였던 포스코는 해외 인권단체 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도 군부와 관계를 끊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관계 끊어라' 압박 쏟아져
포스코 주주인 네덜란드연기금운용공사(APG)의 박유경 아시아지배구조 담당 이사는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포스코의 미얀마 사업을 우려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2000년부터 미얀마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계약을 통해 미얀마 서쪽 안다만해 해상에 '슈에', '미야' 해상 가스전 등을 개발해 중국과 미얀마 등에 천연가스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미얀마 가스전에서만 3056억원의 영업이익이 나왔다. 육상 가스관 사업까지 합치면 일반 중개무역 영업이익(1689억원)의 약 2배를 가스전 사업에서 건졌다. 또한 포스코강판은 지난 2013년 MEHL와 합작해 강판 회사 미얀마포스코C&C를 설립했으며 합작사 지분의 30%는 MEHL가 가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미얀마 인권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JFM)'는 MEHL과 해외 기업의 협력 관계도를 공개하며 포스코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호주 매체 더오스트레일리언에 따르면 JFM은 당시 포테큐스메탈즈, 핸콕프로스펙팅 등 호주 광산기업을 포함해 99개 국제 기업 및 단체가 포스코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JFM 대변인은 포스코와 거래하면 미얀마 군부를 돕는 셈이라며 “포스코와 거래를 끊어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원해 달라”고 주장했다. 미얀마에서 문민정부를 잇는 임시정부 역할을 하고 있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의 띤뚱나잉 CRPH 재정산업장관은 지난달 포스코를 포함해 프랑스 토탈, 태국 PTTEP에 공문을 보내 미얀마 천얀가스 판매 대금을 군부에 보내지 말라고 요청했다. 현재 미얀마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들은 포스코 외에도 약 300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3분의 1이 봉제업체다.
■무조건 거래 끊기 어려워
일단 포스코 관계사들은 군부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들은 지난달부터 국내 언론을 통해 가스전 사업의 경우 MOGE가 군부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수익금도 정부 55%, 프로젝트사에 45%로 배분되며 미얀마 정부에서 관리하는 국책은행으로 바로 입금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강판측은 군부와 합작해서 세운 미얀마포스코C&C가 당시 법률상 불가피한 합작이었으며 군부의 로힝야족 인권 탄압 문제가 불거지자 2017년부터 배당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얀마에서 천연가스를 생산중인 프랑스 에너지 업체 토탈의 파트리크 푸얀 토탈 최고경영자(CEO)는 당장 현지 사업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4일 프랑스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쉬'와의 인터뷰에서 토탈이 MOGE와 합작으로 생산하는 천연가스가 미얀마 및 태국 북부의 전력을 책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부의 조치에 “분노한다”면서도 "어떤 기업이 수백만명에게 전기 공급을 끊는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며 사업을 계속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지난 2월 군사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로는 미얀마 내 금융 시스템 작동 중단으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면서 향후 미얀마 당국에 내게 될 세금과 동일한 액수를 인권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MEHL은 8개 기업과 합작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 중 6개 기업은 기린홀딩스, 중국 금속광산업체 완바오광업, 싱가포르 담배사업 펀드 RMH, 포스코 등으로 외국기업이다. 기린홀딩스, RMH는 지난달 MEHL과 진행하던 사업을 중단했다. 다국적 의료기업 H&M은 군부와 거래가 없었지만 미얀마에서 신규 물량 주문을 중단했고 프랑스 국경 에너지 기업 EDF도 미얀마 수력발전소 계획을 유예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