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잡아야 대권 잡는다
2021.04.05 18:04
수정 : 2021.04.05 18:04기사원문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확 달라졌다. 총선 끝나고 아직 1년도 안 됐는데 말이다. 이재명 경기 지사는 지지율은 바람과 같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바람이 순풍일 땐 신이 나고 역풍일 땐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 민주당의 처지가 그렇다. 그러니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등 지도부가 줄줄이 머리를 숙이는 거 아니겠는가.
바람 방향이 바뀐 이유가 뭘까. 부동산 실책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특히 청년들은 조국, 윤미향, 박원순, 김상조, 박주민 등의 위선에 질린 듯하다. 미국까지 한국 인권과 부패를 문제 삼을 정도니 말 다했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지난주 "내로남불 자세도 혁파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어느새 민주당은 '내로남불당'이 됐다.
한국 정치를 보면 늘 떠오르는 책이 있다. 원로 진덕규 전 교수가 쓴 '한국정치의 역사적 기원'이란 책이다. 2002년 초판이 나왔는데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분석은 우울하다. 진 전 교수는 한국 정치에 '집요한 저류'가 있다고 본다. 그중 하나가 통치 과정에서 피지배층을 배제하는 것이다. 그 결과 "통치는 단순히 지배세력들 사이의 권력 점유를 위한 극심한 권력투쟁"으로 변질됐다고 본다. 요컨대 한국 정치는 민생 경쟁이 아니라 권력 쟁취를 향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20년 집권론을 편다. 그는 주간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독일이나 영국이나 또는 북유럽 국가들에서 자리 잡은 개혁정책을 보면 사민당이나 노동당이 20~30년씩 집권하면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한다('시사인' 2020년 9월 14일). 실제 북유럽 스웨덴은 사민당이 1932년부터 1974년까지 42년 죽 집권했다. 이때 복지국가의 틀이 잡혔다. 이 전 대표는 사민당 장기집권의 비결을 알고 있을까. 사민당이 한국 민주당처럼 독단으로 치달았어도 스웨덴 유권자들이 40년 넘게 변함없이 지지를 보냈을까.
독일은 우리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나라다. 보수 기독교민주연합 출신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4차 내각을 구성했다. 그중 세 번은 진보 사민당과 각료직을 반반씩 나눈 거국내각이다. 현 4차 내각도 그렇다. 사민당은 주로 외교, 노동, 환경, 보건, 재무, 법무 장관직을 가져간다. 내각제를 택한 독일과 대통령제를 가진 한국을 단순 비교할 순 없다. 다만 여야가 권력을 상습적으로 공유한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이 아니라 민생을 맨 앞에 둬야 가능한 일이다.
4·7 보선이 코앞이다. 이기든 지든 민주당과 국힘이 새로 태어나길 바란다. 유권자들은 빠삭하게 안다. 누가 일자리 같은 민생을 외면한 채 권력만을 탐하는 세력인지. 상대방 실수로 거저 얻은 반사이익은 유효기간이 짧다. 반면 민생을 챙기면 권력은 절로 따라온다. 민생이야말로 장기집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제 곧 대선이다. 대선 큰 판에서 한국 정치가 달라지길 바란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