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朴·吳 사라지고 ‘생태탕’만 남았다
2021.04.06 06:46
수정 : 2021.04.06 06: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마지막은 '생태탕'이 장식하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005년 서울 내곡동 처가 땅 측량 현장에 동행하고 인근 생태탕집에 갔느냐를 놓고 벌어진 싸움이다.
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오 후보를 목격했다는 생태탕집 주인 아들 A씨(48)와 측량 현장 목격자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기자회견을 주관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오 후보 지지자 등으로부터 테러당할까봐 잠정 취소했다”고 말했다.
앞서 A씨와 그의 모친 B씨는 지난 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16년 전 오 후보를 목격했고 구두 브랜드가 페라가모였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5년 식당을 방문한 오 후보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옷차림이 기억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당시 봤던 사람이 오 후보인지는 몰랐다. 최근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당시 백바지, 선글라스 차림의 사람이 오 후보였다는 걸 알게 됐다”고도 했다.
B씨는 지난 달 29일 다른 언론매체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한 게 3일 공개돼 진위 논란이 불거졌다. 다만 B씨는 5일 다시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기자들 전화가 너무 와서 ‘모른다’고 막 그랬다”며 오 후보를 2005년 식당에서 봤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터뜨린 김대업씨가 ‘소환’되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년 전 무슨 옷을 입고 신발을 신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생태탕 이야기를 들으면 김대업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양심선언자에 대한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부동산, 코로나19 사태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을 생태탕이 묻어버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생태탕 논쟁이 후보 존재감을 덮어버렸다는 데이터도 나왔다. 구글트렌드 검색빈도 분석에 따르면 검색어 ‘생태탕’은 지난 5일 오전(8~12시) 검색어 ‘박영선’을 처음으로 추월하기도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