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증인신문 종료 코앞, 어떤 증언 나왔나
2021.04.06 11:00
수정 : 2021.04.06 16:13기사원문
1심 선고는 이르면 5월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인양이 5일 간격을 두고 복부에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는 증언이 나온 상태에서 양모 장모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양부 안모씨의 추가 혐의점을 내다볼 수 있는 증언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인신문 7일 마감, 결정적 증언 나올까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가 오는 7일 오후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모 장씨와 아동학대 등의 혐의만 받는 양부 안씨의 5차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날 이뤄질 증인신문엔 국내 법의학계 권위자인 이정빈 가천의대 석좌교수가 참석한다. 이 교수는 정인양 사인 재감정에 참여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검찰은 이 재감정을 근거 삼아 당초 장씨에게 아동학대치사죄만 적용했던 공소장을 뒤늦게 변경해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교수 직접 증언을 통해 장씨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나갈 방침이다. 명확히 살인을 하겠다고 계획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더라도 살인에 이를 수 있을 만한 충격을 의식적으로 준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올지 여부가 관심사다.
검찰은 앞서 4차례 공판에서 정인양이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사회복지사, 장씨 부부의 이웃 주민, 장씨가 정인양을 방치했다고 진술한 장씨의 지인, 정인양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장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진행한 심리분석관 등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정인양이 처한 상황이 일반적 학대에 비해 중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지난 2월 17일 첫 증인으로 나선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정인양 등원 당시 상태를 세세히 증언했다. A씨는 “(정인이가) 너무 가벼웠고, 가죽만 남아있었다”고 떠올렸고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 마지막 등원 당시 ‘왜 신고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듣고는 오열했다.
A씨는 한 달 전인 같은해 9월 정인양을 소아과에 데려가 마지막 학대의심 신고가 이뤄지게 한 장본인이지만 서울 양천경찰서는 양부모 말만 듣고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신고 이후 장씨와 수차례 만나고 전화통화를 한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사회복지사 B씨는 장씨로부터 “아무리 (아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이에게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고 해도 씹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살인' 입증에 성패 달려
정인양 사망 당일 심한 층간소음을 느껴 정인양 집을 방문한 아랫집 주민 C씨도 증언했다. 지난달 3일 재판에 출석한 C씨는 “아침에 남편하고 커피랑 빵을 먹고 있었는데 평소랑 다르게 큰 소리가 계속 나더라”며 “진동이 심하고 헬스클럽 같은 데서 무거운 덤벨을 남자들이 운동하고 내려놓으면 심하게 울리는 그런 소리”라고 묘사했다.
C씨는 당시 장씨가 현관문을 핸드폰 두께만큼 열고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C씨는 “‘혹시 부부싸움을 하느냐. 내가 신고를 하겠다’했더니 아니라고 하고, 그 얼굴 표정이 너무 어두워서 혹시나 (우울증이 의심돼) ‘애기엄마 아프면 병원을 가라’고 했더니 ‘죄송하다고 이따가 말씀드리겠다’고 그래서 내려왔다”고 전했다.
당시 장씨는 정인양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고, 정인양은 그날을 넘기지 못했다.
한편 정인양 부검결과에 따라 복부에 치명적 손상이 있었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며 발로 밟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으나 장씨 측은 “손으로만 때렸다”며 이를 부인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4차 공판에선 사건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증언이 나왔다. 정인양을 부검한 국과수 부검의 D씨가 나와 “(사망하기) 5일 전에 (췌장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증언한 것이다.
국과수 부검결과 정인양의 사인은 복부 장기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이지만, 구체적으로는 두 곳의 손상이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장간막 파열이고 다른 하나는 췌장 절단이다.
D씨의 발언은 사건 당일 생긴 장간막 파열과 최소 5일의 차이를 두고 췌장 절단 또는 그에 준하는 손상을 입었다는 뜻이다.
D씨는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상처”라며 “어른들한테 보면 주먹으로 때려서는 잘 안 생기고 발로 밟아야지 좀 생긴다”고 증언했다.
즉, 최소 5일의 시차를 두고 정인양에게 치명적인 외력이 두 차례 가해졌다는 주장이다. 생후 16개월인 정인양의 상태를 고려할 때 이 같은 손상 및 그로 인한 변화를 장씨는 물론 안씨도 모를리 없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인양은 제때 어떠한 의료적 처치도 받지 못했고 2차 치명상까지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검찰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데 결정적 증언이 될 것이란 평가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