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운동선수 30% '언어폭력 경험'…9%는 성희롱 당해
2021.04.06 12:00
수정 : 2021.04.06 12:00기사원문
대학 운동선수의 약 30%가 욕설·비하 등의 언어폭력을 받았다고 답했다. 성희롱을 당한 선수도 9%를 차지했다. 폭력을 당한 선수의 약 60%는 폭력을 당한 이유를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답해, 운동부 내 위계적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 관행 예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6일 '학교운동부의 폭력 문화·관습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한체육회, 운동부를 운영하는 주요 대학 및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폭력 관행을 막을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전문운동선수 100명 이상, 운동부 10개 이상의 대규모 운동부를 운영하는 9개 대학교를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일상행위 통제는 2010년 조사와 유사한 규모로 이뤄지고 있었다. 선수들의 일상행위 통제 행위로는 외박·외출 제한(25.9%), 두발 제한(24.9%), 심부름 등 강요(28.5%), 빨래·청소 강요(28.5%) 등이 주를 이뤘다.
인권위는 "일상행위의 통제는 운동부의 위계적 문화를 배경으로 이뤄진다"며 "평범한 통제가 아니라 이를 강제적으로 이행시키기 위해 폭력적 수단과 관습이 적용되는 '폭력적 통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폭력적 통제'는 △말투 등 통제 및 예의의 과도한 강조, △빨래, 청소, 기타 잡일 등 선배들의 일상 업무를 후배들에게 전가, △휴대전화 압수, 두발 제한 등 일상 전반 통제, △외출·외박 제한 등으로 인한 개인 생활 부재 등이 언급됐다.
조사에서 대학 선수 46.1%는 폭력적 통제가 운동부 운영·운동능력 향상·운동 수행·승리 등과 관계없다고 응답하했다. 폭력적 통제를 경험한 62.4%가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 이해 안 됨', 35.7%가 '운동을 그만 두고 싶어짐'이라 응답해 폭력적 통제가 운동 수행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 관행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인권위는 △폭력적 통제에 대해 관계기관이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조사 및 처벌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부재하며, △현존하는 대학 내 구제체계(인권센터 등)의 인력과 예산 등 자원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봤다.
인권위는 "대학 운동부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적 통제에 대해 대학·정부·체육 관계기관 모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정책도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대한체육회, 운동부를 운영하는 주요 대학 및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위계적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이 전제된 각종 괴롭힘, 인권침해 등 폭력적 통제에 대한 규제 및 예방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