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냐 발이냐 '정인이 사건' 살인죄 두고 치열한 수싸움
2021.04.07 09:31
수정 : 2021.04.07 09:31기사원문
시점 역시 특정하지 않아 수시로 유사한 폭력이 있었다고 사실상 실토한 셈이다.
정인양이 5일의 시차를 두고 복부에 서로 다른 치명상을 입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상황에서, 발로 밟는 중대한 타격이 아닌 손으로 여러차례 때리다 죽음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때리긴 때렸으되 죽을 줄은 몰랐다는 주장인 것이다.
■"손으로 수차례 때려" 살인죄 피하나
7일 법원에 따르면 살인 혐의를 받는 장씨 측 변호인이 지난 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인양 사망 뒤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의 증언 등 정인양이 최소 2차례 치명상을 입은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 살인혐의를 피하기 위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견서에선 장씨가 정인양의 복부를 손으로 수차례 가격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육아 스트레스 등으로 생후 16개월에 불과한 정인양을 구타했고, 이 과정에서 정인양이 치명상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다만 발로 밟는 등 치명적 타격을 예견할 수 있는 행동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장씨 측은 살인의 고의는 물론 예견가능성 역시 없어 미필적 고의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성립하기 위해선 자신의 학대행위로 아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예견가능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발로 밟는 등의 행위 없이 수차례 손으로 때리는 정도로는 전처럼 계속 살아있으리라는 기대를 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장씨 측은 공식적으로는 학대의 고의조차 부인하는 상태다.
한 차례 증인신문이 더 예정된 가운데 법원이 피고인 측의 주장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지막 신문서 결정적 추가 증언 나올까
마지막 증인인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 석좌교수 신문이 이날 예정돼 있다. 지난해 학대치사 혐의만 적용했던 서울남부지검이 비난에 직면해 정인양 사건 재감정을 의뢰한 전문가 3인 중 한 명이다.
당시 이 교수는 각종 사진 등을 토대로 정인양 사망의 원인 등을 심층 감정해 장씨가 손이 아닌 발로 정인양의 복부에 타격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지난 1월 장씨에 대해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기소 당시에도 이 같은 조치가 가능했으나 비난이 크게 일자 변경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안이함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만약 마지막 신문에서 이 교수가 정인양 사건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증언할 경우 검찰의 공소유지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특히 손이 아닌 발로 타격을 줬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일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이날 추가적인 신문 가능성이 없다면 이날로 신문은 마무리된다. 오는 17일엔 장씨 등 피고인 신문이 예정돼 있으며, 검찰의 구형량이 발표된다. 법원은 5월 내 1심을 선고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이 아동학대 혐의로만 기소된 양부 안모씨의 공소장을 변경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장씨가 수차례 정인양을 반복적으로 학대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증인 신문 과정에서 정인양이 최소 5일의 시차를 두고 2차례 치명상을 입은 점이 인정됐기에 안씨가 문제를 인식했을 가능성 역시 높아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안씨를 살인의 공범으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태다. 다만 검찰은 정인양이 입은 치명상을 안씨가 인식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 및 증인을 확보하지 못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