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산 살인·유기 70대…왜 살해했나 '오리무중'
2021.04.09 07:15
수정 : 2021.04.09 10:15기사원문
(익산=뉴스1) 이정민 기자 = 전북 익산시 미륵산 시신 유기 사건 피의자의 범행 동기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남성은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며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닫은 상태다.
9일 익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 사건 피의자 A씨(72)는 자신의 집에서 피해자 B씨(73·여)와 지난 2일부터 칩거해왔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이들이 A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 당시 A씨가 B씨를 강제로 데려가는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은 이날부터 5일까지 단 한 차례도 집 밖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 기간 A씨가 B씨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방치해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경찰은 탐문을 통해 몇몇 이웃으로부터 “A씨 집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등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5일 오후 B씨 소유로 추정되는 옷가지를 아파트 단지 내 마련된 헌옷 수거함에 내다버리기도 했다.
다음 날 0시께에는 A씨가 승용차에 숨진 B씨를 싣는 장면 등이 포착됐다. 화면 속 A씨는 B씨 시신을 바닥에 질질 끌고 나와 차량에 싣는 등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6일 아침 주거지에서 차를 타고 약 15㎞ 떨어진 미륵산으로 향한 뒤 7부 능선 자락의 헬기장 인근에 시신을 유기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집한 증거 등을 토대로 A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A씨가 범행을 한 배경에 대해서는 미궁 속이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파악하려고 연일 A씨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오고 있으나 그는 조사과정에서 내내 침묵하거나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A씨는 경찰에서 시종일관 “B씨를 위해 기도해주려고 집에 불렀다”며 “자고 일어나보니 B씨가 숨져 있어 시신을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을 목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와 B씨는 중학교 동창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B씨의 휴대전화에서 A씨와 수십 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인한 결과 모두 A씨가 일방적으로 연락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아내가 있으나 따로 살았고, B씨는 홀로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A씨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A씨와 B씨의 계좌 내역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 내내 A씨가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범행 동기 파악을 위해 B씨의 계좌 내역 등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게 살인·사체유기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9일 오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