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루 논란' 윤지선 논문, 인용누락 결함 확인
2021.04.12 11:27
수정 : 2021.04.12 18:21기사원문
학술저작으로 최소한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 논문이 최소한의 검토와 검수도 없이 발표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만 윤 교수가 인용한 문구는 실제 연구자 논문에도 실려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지선 교수 '한남유충' 논문 각주 추가 '결함'
12일 본지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2019년 발간된 '철학연구' 127집에 실린 윤지선 세종대 교수의 논문 ‘관음충의 발생학: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에 학술적 결함이 발견됐다.
해당 논문은 한국 디지털성착취 범죄자가 어떻게 발생하고 진화하는지를 극단적 남성혐오론자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한남유충’ ‘관음충’ ‘한남충’ 등의 신조어들과 엮어 살펴보는 취지로 작성됐다.
문제는 해당 논문이 남성과 곤충이라는 직접적 관련성 없는 두 집단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다른 연구를 부적절하게 인용했다는 데 있다.
해당 논문은 ‘남아라는 매끄럽고 유연한 미분화 상태의 존재가 어떻게 점진적으로 “곤충의 신체의 절편들과 같은”, 폭압적 한국남성성의 “주기적 패턴” 양식이 각인되고 각화된 존재로 진화, 분화되고 있는지를 곤충군집체 은유모델을 통해 탐구하고자 한다’고 그 취지를 밝힌다. 그런데 쌍따옴표로 따온 대목의 출처가 불명확해 과연 어떤 의미에서 곤충과 남성을 비교하는 것인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각주에선 두 항목 모두 ‘Goodwin(1990), 113’이라고만 표현하고 있는데, 통상적인 논문 인용규칙인 학술지명과 논문명이 모두 빠져 있어 원전을 찾을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윤 교수에게 직접 해당 내용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를 질의했다. 윤 교수는 “2년 전 논문으로 해당 연구일지는 이사를 하면서 소실됐다”며 “굿윈은 곤충학자로서, 발생학적 측면에서 곤충의 절편에 관한 굿윈의 표현을 제 논문의 주석으로 인용했다”고 주장했다.
1990년도에 나온 굿윈 집필 논문을 찾을 수 없어 재차 성과 이름을 포함한 정확한 정보를 요구한 결과, 윤 교수는 저자가 ‘D.M.Goodwin’이며 논문 발행년과 저술서 발행년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답을 보내왔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 인용은 왜?
본지가 ‘D.M’과 곤충학을 근거로 다시 유사한 시기 활동한 학자들의 논문을 찾은 결과 저명한 곤충학자 D.M.Gordon이 1991년 발표한 논문 ‘A Parallel Distributed Model of the Behaviour of Ant Colonies(개미군집 행동의 병렬분포모델)’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당 논문은 개미집단의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수학자 B.C.Goodwin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해당 논문은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 293쪽부터 307쪽에 게재됐는데, 윤 교수 논문 각주에선 113쪽이라 기록돼 재인용인지 오기인지를 확인할 수 없다.
내용적 유의미성을 찾아볼 수 없는 논문을 인용하며 학술지와 논문명을 명확히 기재하지 않은 것이다. 인용 쪽수 및 재인용 여부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어떻게 유충의 매끄러운 상태가 성충이 되면서 마디와 절편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하는 곤충학자의 설명에 대한 것이지, (인용구가) 논증 전체에서 중요한 대목은 아니다”라며 “각주에 논문명을 적지 않은 것도 학술지의 표기방식을 따라 문제가 없지만, 참고문헌에 누락하는 실수는 인정한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본지 보도 뒤 원문 출처에 대해서도 다시 알려왔다. Goodwin이 1990년 발표한 'The Evolution of Generic Forms'에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인용한 문구는 'periodic patterns such as segments [in an insect body]'다.
검수까지 거친 논문에서 인용문 출처를 알리지 않는 실수를 범한 것과 관련해 학술지를 발간한 철학연구회에 입장을 문의했으나 답을 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앞서 철학연구회는 지난달 내놓은 입장문에서 ”논문이 게재된 2019년 12월 당시 학술지 발간 및 편집 책임자인 전임 회장과 전임 편집위원장의 진술을 청취하였다“며 ”당시 책임자 2인의 진술에 의하면, 해당 논문은 본 학회의 편집위원들이 추천한 3인 심사위원이 심사하여 게재가 판정을 받아 게재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윤 교수는 이 논문 각주에서 보겸이라는 유튜버를 언급하며 해당 유튜버가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표현을 자주 쓴다는 언급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보이루’라는 표현이 ‘보X+하이(Hi)’의 합성어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결국 해당 내용이 근거 없는 오류로 밝혀져 윤 교수와 철학연구회는 관련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보겸이라는 유튜버와 그 구독자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