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서둘렀다면..김태현 범행 막을 수 있었다

      2021.04.11 13:04   수정 : 2021.04.11 13: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달 23일 서울 노원구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어머니와 여동생 등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현(25)이 지난해 이미 미성년자 여성을 상대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특히 김태현이 지난해 저지른 범죄는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이른바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범죄’에 해당돼 22년 전 처음 발의된 스토킹처벌법이 좀 더 일찍 국회에서 통과됐다면 세 모녀 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태현은 지난해 6월 대구의 한 고시원에서 발신번호 표시 제한 서비스를 이용해 피해자 A씨(당시 18세)에게 전화를 걸어 신음소리를 냈다.

이후 지난해 8월 11일에도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비슷한 음성을 보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0일 김태현에게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했다.
김태현은 13일 뒤인 지난달 23일 세 모녀를 살해했다.

세 모녀가 살해된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국회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1999년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스토킹처벌법은 올 2월까지 총 21회 발의됐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가 지난달에서야 통과됐다. 이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토킹 범죄 신고는 4515건이었지만 이 중 488건만이 처벌을 받았다. 그나마도 스토킹처벌법이 없어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됐다.

김태현이 지난해 A 씨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을 때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었다면 강도 높은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세 모녀를 살해하지 못했을 거란 비판이 나온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전화 등을 이용해 말, 음향을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김태현에게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이 통과됐더라면 김태현은 지난해 ‘전화 스토킹’으로 유치장에 갇혔을 수도 있었다. 이번에 통과된 스토킹처벌법은 “검사는 스토킹 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을 경우 직권으로 스토킹 행위자를 경찰서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 모녀 살해 사건에서도 김태현에게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되지 못했다. 김태현은 세 모녀 중 큰딸 B씨(25)를 올 1월부터 스토킹했지만 이번에 통과된 스토킹처벌법은 올 9월부터 시행된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김태현을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과 살인, 절도, 주거침입,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5개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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