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조' 꺼리나… 공공기관장 선임 지연
2021.04.11 18:21
수정 : 2021.04.11 18:21기사원문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부처, 공공기관장 인사가 지연되는 등 문재인 정권 정책이 추진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탈원전과 한국판 뉴딜, 최저임금 등 굵직한 현안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인사가 지연되면서 술렁이고 있다.
특히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 선봉에 선 한국전력은 차기 사장 신청자 미달로 재공모까지 진행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전은 지난달 26일 마감한 사장 모집에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홀로 지원해 임원추천위원회 복수 추천 요건에 미달된 바 있다. 이후 이달 5일까지 재공모에서 '사내 추천'을 병행하는 등 겨우 복수추천 요건을 충족했다.
한전 산하 발전공기업 5개사 사장 선임은 1~2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사장 공모는 지난 1월에 진행된 바 있다. 이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후보를 3∼5배수 추천했지만 선임이 계속 연기됐다. 이들은 한전 사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줄줄이 늦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도 비슷한 이유로 이연승 초대 이사장이 지난 2월 물러난 후 아직 후임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권 힘이 빠진 상황에서 사장을 한명씩 선임했다가 검증 등에 문제가 생기면 타격이 크다"며 "다수의 사장들을 한꺼번에 임명하면 검증의 칼날을 피하기 용이해 몰아치기로 인사 일정을 잡으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기재부 관료들이 잇따라 청와대 핵심 정책라인으로 옮기면서 부처 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사실상 '순장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간부들의 인사적체가 해소됐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경질로 간부들의 고질적인 인사적체가 그나마 해소됐다"며 내부 사정을 전했다. 다만 현 정부를 마지막까지 함께 한 기재부 출신 간부들의 경력이 순탄치 않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장·차관급이 직제상 정무직으로 구분돼 정권이 바뀔 경우 청와대 근무 이력만으로 낙인이 찍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