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운 벗고 CEO 변신… '창업하는 의사들' 늘어난다
2021.04.12 17:58
수정 : 2021.04.13 13:24기사원문
병원 연계·로봇 수술 창업분야 다양
12일 업계에 따르면 의사들의 스타트업 창업은 병원과 환자를 모바일로 잇는 O2O플랫폼(온오프라인 연계)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곳이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이다. 이 업체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의 공동창업자는 의사출신이다. 홍승일 대표, 박기범 부대표로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동기이다. 지난 2012년 창업한 강남언니는 이달 1일 현재 누적 앱 가입자 280만명을 보유 중이다. 투자유치한 금액만 총 235억원에 이른다.
힐링페이퍼 홍 대표는 "학생 시절부터 의료서비스 시장을 기술과 융합하는 혁신사업과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며 "의사로서 뚜렷한 전문 분야를 갖고 창업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시장 발전을 기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훈재 서울부민병원 병원장은 비플러스랩을 2017년 3월 창업했다. AI로 통증 부위에 대한 문답을 통해 환자의 질환을 예측하고 가까운 병원을 안내하는 앱 '어디아파 2.0'이 비플러스랩의 작품이다. 환자가 작성한 문답은 의사에게 초진차트 형태로 전달되는 게 강점이다. 정 대표는 "부민병원을 포함해 8개 병원에서 AI 문진 개발을 제휴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고급인력인 의사와 협업할 수 있고 병원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분야에 대한 창업도 적지 않다. 외과 전문의 형우진 연세대세브란스병원 교수가 2017년 창업한 휴톰이 대표적이다. 복강경 및 로봇수술 영상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분석해 외과의사에게 효율적 수술을 안내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12월에 시리즈A 등 누적 투자금 92억원을 유치했다. 이외에 팬토믹스, 스킨십 등이 의사들이 문을 연 스타트업이다.
의사들의 창업열기는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박중흠 AvoMD(아보엠디) 대표는 국내 및 미국 의사 면허를 갖고 2018년 미국에서 창업했다. 현재 하버드대학교 부속 BIDMC 입원전담의다. 의료인이 코딩 없이 의료인 의사결정을 돕는 앱을 만들 수 있는 노코드 플랫폼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유방암 치료 도움 앱을 만들고자 할 때 전문가·기업 지원을 받으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반면 노코드 플랫폼을 이용하면 의사가 의학적 개념을 입력해 앱을 쉽고 빠르게 만들고 다른 의사가 이를 사용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미국에서 창업할 때는 일단 시장이 크기 때문에 모든 영어권 국가 전체를 잠재적 시장으로 보는 관점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며 "미국에서도 의사 창업은 점차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투자사 "의사 창업 늘어날 전망"
엑셀레이터(AC)와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사 관계자들은 의사 직업이 창업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또 의사들이 학부에서 다른 과를 전공하고 의전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늘면서 젊은 의사를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과 의료를 결합하는 창업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봤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검토할 때 창업자가 의사인지는 주요 고려 요인이 된다. 의료인 출신 창업가의 장점은 의료 전문성,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 관련 분야 네트워크 등을 들 수 있다"며 "대표를 맡지는 않더라도 공동창업자, 최고 의료 책임자 등 중요한 역할을 의료인이 맡는 경우도 많다. 글로벌 원격의료 회사인 텔라닥도 의사가 공동창업자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의사들의 창업분야가 제약·바이오산업에서 디지털 헬스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사는 "과거 헬스케어는 수익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면 현재는 시장이 커지면서 의사들의 창업이 활발한 분야"라며 "앞으로 의사들의 스타트업 창업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