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한방병원 이선행 교수, "아이 성조숙증 의심 증상있으면 빠른 치료 필요"
2021.04.13 13:35
수정 : 2021.04.13 13: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성조숙증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은 아이가 2015년 남아 7040명, 여아 7만6958명인 총 8만3998명에서 2019년에 남아 1만3460명, 여아 10만4911명인 총 11만8371명으로 5년간 약 1.4배 정도 증가했다. 또한 2019년 기준을 보면, 여아가 남아에 비해 성조숙증 진단이 약 7.8배나 높다.
또한, 성조숙증의 증가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 및 운동 부족으로 인한 소아비만, 스트레스, 환경 호르몬 노출, 스테로이드 사용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서구화된 식습관과 소아비만이 성조숙증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소아비만 통계를 보면 2015년 남아 898명, 여아 945명인 총 1843명에서 2019년 남아 2184명, 여아 1645명인 총 3829명으로 약 2배 정도 증가되었다. 이처럼 소아비만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비만인 경우 남아에 비해 여아의 성숙이 더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성조숙증은 아이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2차 성징이 평균보다 빨리 나타나는 것으로 약 2년 정도 앞서 사춘기가 시작된다. 사춘기는 보통 여아는 10~11세, 남아는 11~12세에 시작되는데 성조숙증 아이들은 8~9세 이전에 시작된다. 젖몽우리가 잡히거나 빠른 초경, 음모가 자라나거나 생식기가 발달하는 등의 빠른 신체적 변화인 2차 성징이 보이는 것으로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소아청소년센터 이선행 교수는 "성조숙증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또래들과 다른 신체적 변화들로 위축되거나 수치심을 느끼고 놀림을 받을 수 있어 결과적으론 심리적 문제가 생기고 학교생활 및 교우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성장이 빨라져 또래 아이들보다 키와 몸집이 클 수 있지만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 키는 작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성조숙증 치료의 적합한 시기는 대략적인 성장 수준이 정해지기 전인 사춘기 이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여자아이는 가슴멍울이 잡히기 전, 남자아이는 음모가 발달하기 전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시기이나 가슴멍울이나 음모발생이 없으면 성조숙증을 의심하기 힘들어서 현실적으론 가슴멍울 혹은 음모 발생 직후가 적합하다. 여자아이는 가슴멍울이 잡힌 이후 15~25cm 정도, 초경 이후 2~3년간 5~7cm 정도 성장하고, 남자아이는 음모가 발달한 이후 25~30cm 정도, 음모가 성인처럼 퍼진 후에는 8~10cm 정도 성장한다.
경희대한방병원은 증상 감별을 위해서 신장 허약, 간 순환장애, 비만 감별에 사용되는 맥파 검사와 더불어 의사에게 의뢰해서 엑스레이(X-ray) 검사나 호르몬 검사를 기본으로 최종 진단을 한다. 이선행 교수는 "성조숙증은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발달에 모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외견상 어떤 의심스러운 증후가 나타나면 빠른 진료와 치료를 실시함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반적인 성조숙증 치료인 생식샘자극호르몬 유사체(GnRH agonist) 치료는 비용도 적고 안전한 치료이긴 하지만 여아 만 8세, 남아 만 9세 이후에 사용할 경우 추가적인 성장 효과는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하며 "여아 8세나 남아 9세 이후에 성숙 지표가 나타난 정상군에서는 한방치료가 성숙을 늦추면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덧붙였다.
경희대한방병원의 성조숙증 치료법은 환아의 상태에 따라 적용하는 한약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일정 시간마다 열감이 있고 잘 때 땀이 나며 손발이 화끈거리는 경우 아이의 신장이 허약하다고 판단해 자음강화탕, 지백지황환 계열의 한약을 사용한다. 짜증이 많고 답답하고 한숨을 잘 쉬는 아이의 경우는 간의 순환이 잘 안 되는 것으로 보고 소요산, 용담사간탕 계열의 한약을 사용한다. 비만으로 인해 성조숙증이 유발된 경우라고 판단한 아이에는 비만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태음조위탕, 육군자탕 계열의 한약을 사용한다. 이처럼 이선행 교수는 "성조숙증에 사용하는 한약은 살을 빼고 키가 크는 것에 대한 단순한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닌 몸의 불균형을 회복하는 한약을 통해 빨라진 성장이나 성숙을 천천히 진행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환아의 신장이 허약한지, 간의 순환이 안 되는지, 비만으로 인한 것인지 각 아이의 상태를 구분해 그에 맞는 한약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환아의 몸에 가급적 부담이 적은 치료법을 선별해 진행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성조숙증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평소에 식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육류는 지방을 뺀 살코기 위주로 먹고 껍질과 내장은 피하는 것이 좋고 홍삼, 녹용, 복분자, 석류 등의 보신 식품과 된장, 청국장, 두부 등의 콩류, 칡, 결명자, 황기, 감초 등과 같은 콩과 식물은 적게 먹는 것이 좋다. 특히, 비만인 아이의 경우에는 장어, 메기, 생선의 알 등 콜레스테롤이 높은 식품과 초콜릿, 커피, 탄산음료 등 당분이 많은 식품을 피해야 한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