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선수 23명 성폭력 경험…가해자 주로 코치"

      2021.04.15 12:00   수정 : 2021.04.15 16: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락커룸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스케이트를 신기고 아래로 스케이트 타는 자세를 잡으라고 한 뒤 때리는 거에요. 등, 엉덩이, 허벅지, 안 보이는 데만 때리는 거에요."
#2. "아이스하키 채 3개 정도 부러질 정도로 맞았던 것 같아요. 20분 동안 락커룸에 갇혀서도 맞아본 경험도 있고, 소리를 지르면서 하키채로 때려서 헬멧이 깨진 애도 있었어요."

대학·실업 빙상선수 중 10% 이상이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종목에 비해 50% 이상 높은 비율이다. 특히 실업선수의 신체 폭력 피해 비율은 전체 종목의 2배가 넘어, 다른 종목보다도 폭력 노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빙상 선수 790명을 대상으로 '빙상종목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23명이 불쾌한 정도의 신체접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15일 밝혔다.

성폭력 피해 비율은 실업·대학선수 각각 17.1%, 14.7%였다.
이는 전체 종목 성폭력 피해 응답(실업선수 11.4%, 대학선수 9.6%) 보다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가해자는 주로 코치였으며, 성폭력은 주로 훈련장이나 숙소에서 일어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학년이 높을수록 대처를 더 하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실업팀 선수들이 이후 지도자로 취업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권교육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빙상선수들은 신체폭력에도 일상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실업선수 중 신체폭력 경험 비율은 31.2%로, 전체 종목(15.3%)의 2배가 넘었다. 대학교(29.4%), 고등학교(22.1%), 중학교(20.2%), 초등학교(26.2%) 선수 응답자 중 신체폭력을 겪은 비율도 전부 20%를 넘었다.

조사 결과 학년과 상관없이 주된 가해자는 지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종목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선배에 의한 체벌이 늘어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빙상종목은 학생선수 대다수가 학교 밖 개인코치에게 훈련을 받아 학교운동부 중심의 인권침해 예방 체계 밖에 있다"며 "개인코치에 대한 교육과 자질 검증 등 관리감독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욕·비난·협박 등 언어폭력을 경험한 실업선수는 75%에 달했다. 초등학생은 28.3%, 중학생 19.9%, 고등학생 25.9%, 대학생 50.0% 순이었다. 전체 운동종목 평균(초등학교 19.0%, 중학교 13.8%, 고등학교 14.6%, 대학교 31%, 실업팀 33.9%)과 비교해 매우 높은 결과다.

인권위는 이런 원인으로 △일부 지도자들의 전횡 △선수·지도자의 경직된 위계 구조 △지도자의 폭력이 성적과 메달을 위한 것으로 공공연히 용인되는 문화 △인권침해와 체육비리에 대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무능이나 묵인 행위 등으로 봤다.

인권위 측은 "빙상선수의 인권은 전반적으로 스포츠 분야의 취약한 인권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더욱 심각한 상태"라며 "지도자의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체육계 비리와 인권침해 행위자들이 조직에 관여하는 것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 2019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난 이후 특별조사를 진행해 왔다.
조 전 코치는 1심에서 징역 10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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