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옥시아 지분 탐나서” 美·英 투자사 ‘도시바 쟁탈전’

      2021.04.15 17:53   수정 : 2021.04.15 18: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호황기) 바람을 타고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영미권 투자사들이 일본 전기전자·중공업 대기업 '도시바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도시바가 여전히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업체인데다 반도체 기업인 기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지분 40.6%를 들고 있다는 점이 최근 인수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번 인수전에 가장 먼저 시위를 당긴 영국계 사모펀드(PEF)인 CVC캐피탈 파트너스는 최근 미국 베인 캐피탈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도시바 인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대형사모펀드 KKR(옛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가 본격 인수 검토에 나섰으며, 캐나다계 투자회사인 브룩필드자산운용도 인수 검토에 착수했다. 닛케이는 이외에도 여러 유럽계 투자사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들 글로벌 큰 손들이 도시바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 회사가 철도와 화력, 수력 등 안정된 인프라 사업 기반을 갖고 있는데다 반도체 대기업인 기옥시아의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크다고 지목했다.

도시바는 향후 기옥시아를 상장한 후 매각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이미 발빠른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300억 달러(약 34조5400억원)에 기옥시아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 가운데 도시바가 들고 있는 기옥시아 지분의 시가 총액은 약 1조5000억엔(약 15조4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기로 접어들면서, 기옥시아와 도시바의 가치가 덩달아 뛰고 있는 것이다.


도시바는 분식 회계와 미국 원자력 기업 투자 실패 등에 따른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반도체 사업부를 분리해 현 기옥시아를 설립했다. 2017년 지분을 시장에 매각, 도시바 그룹에서는 제외됐으나, 단일 주주로는 도시바가 가장 많은 40.6%를 들고 있다.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속한 컨소시엄 지분이 56.24%다. 향후 상장 후 SK하이닉스의 지분은 최대 15%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먼저 입질을 시작한 영국계 펀드인 CVC는 당초 도시바 인수액으로 약 2조3000억엔(약 23조3401억원)을 제안했다가 사실상 퇴짜를 맞고, 현재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바의 시장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매겼다는 불만이 도시바 주주들로부터 속출한 것이다. 도시바의 주요 주주는 현재 싱가포르, 홍콩 등 행동주의 펀드 계열들이다. 도시바 주주들은 이 과정에서 도시바의 최고경영자(CEO)인 구루마타니 노부아키 사장이 CVC와 결탁한 것으로 보고, 지난 14일 경질했다.


한 차례 소동을 지켜본 미국의 투자펀드 KKR은 CVC가 당초 제시한 인수가를 웃도는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KKR은 닛산차 산하에 있던 자동차 부품 대기업 칼소닉 칸세이(현마렐리)를 매수하는 등 일본에서의 투자 경험이 있다.


닛케이는 "만일 도시바 경영진이 영미권 펀드들의 인수 제의를 거부할 경우, 싱가포르 행동주의 펀드인 에픽시모 캐피탈 등 주주들의 경영 개입에 계속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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