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복' 공유 "사람들 참 겁 많죠? 그 대사가..."

      2021.04.16 09:20   수정 : 2021.04.16 14: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배우 공유와 박보검이 주연한 대작 '서복'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복'은 전날 4만5000여명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 ‘서복’은 이용주 감독이 ‘건축학개론’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영원히 사는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죽음을 앞둔 한 남자(공유)의 로드무비를 통해 삶과 죽음, 인간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영화에선 흔치 않은 복제인간을 소재로 해 SF장르처럼 보이나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에 깐 액션 드라마에 가깝다.
감독이 소소한 유머감각을 발휘하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건 장점이나 오락적 재미가 크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공유와 박보검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점은 이 영화의 큰 미덕이다. 공유 역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둘의 호흡을 꼽기도 했다.

영화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과 죽지 않는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의 예기치 못한 동행을 그린다. 이 감독은 앞서 ‘서복’을 기획한 배경에 대해 “영생이나 복제를 다루고자 한 것은 아니다”라며 “굳이 이 영화의 키워드를 하나 뽑는다면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두려움을 이야기하기 위한 소재를 찾다가 영생에 이르렀고, 다시 복제를 차용하게 된 것이다. 유한성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다루고자 했다”고 했다.

두려움이라는 키워드는 ‘서복’의 주인공 기헌을 통해 드러난다. 기헌은 순제작비 160억원이 든 대작영화의 주인공치곤 영웅적인 면모가 적다. 오히려 보통사람처럼 나약하고 비겁한 면도 있다. 기헌은 과거의 일로 괴로워하지만, 죽음 앞에선 현실을 부정하면서 분노하고, 어떻게든 살고 싶어 한다.

나약한 면모를 지닌 보통남성이라는 점에서 기헌은 감독의 전작 ‘건축학개론’의 승민(이제훈)과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도 준다. ‘건축학개론’은 전국에 첫사랑 찾기 붐을 일으킨 ‘풋풋한 첫사랑’ 영화로 각인돼 있으나, 이 영화는 승민의 부끄러웠던 청춘의 기록이기도 하다. 승민과 미모의 여대생 서연(수지)의 연애는 승민의 열등감과 두려움 때문에 끝이 난다. 승민은 그녀를 ‘나쁜 년’으로 규정하고 먼저 차버린다.

기헌의 트라우마는 동료를 뜻하지 않게 배신한 것과 연관이 있다. 그는 눈앞에서 동료를 잃는데, 그 상대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점은 기헌을 더 초라하게 보이게 한다. “사람들 참 겁 많죠? 욕심도 많고.” 극중 서복을 만든 책임연구원 임세은 박사(장영남)가 기헌에게 하는 대사다. 이는 기헌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복제인간 서복은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투영된 존재다. 복제인간을 만든 영화 속 다수의 과학자처럼 임박사 역시 어릴 때 죽은 자신의 아들을 되살리고 싶어 서복을 만들었다. 돈 많은 노인은 자신의 모든 재력을 동원해 영생을 얻고자 한다. 삶의 의미보다 눈앞의 이익, 현재의 욕망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삶의 의미는 찾는 이는 서복이다. 서복은 연구실 밖의 세상에 호기심을 느끼고, 자신이 태어난 의미를 찾고자 한다. 또 기헌에게 왜 살고 싶은지 묻고, 영원한 잠과 죽음의 차이를 묻는다. 복제인간 서복과 기헌의 동행은 그렇게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공유 “흥행 따지며 작품 선택하진 않아"

기헌을 연기한 공유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서복’에 출연한 이유로 “상반된 상황에 처한 두 주인공이 동행한다는 점이 끌렸다”고 말했다. “SF적인 요소가 있는 영화인데, 기존 복제인간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볼거리에 기대지 않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두 존재의 동행 속에서 계속 전달하고, 관객이 기헌의 입장에서 서복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다”고 말했다.

“감독님은 기헌 캐릭터가 현실적이길 바랐어요. 캐릭터가 처한 상황은 극적이나, 그 캐릭터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은 영화적이지 않길 바랐죠. 감독님이 현장에서 대사를 수정하는 편인데, 너무 영화적인 대사를 주로 고쳤어요. 나 역시 대사가 너무 영화적이면, 연기할 때 오글거려서 불편하고, 집중이 깨지거든요.”

하지만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대사는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대사는 (내가 느끼기엔) 너무 신파적이라 입에 담기 힘들었는데, 감독이 가능하면 꼭 했으면 좋겠다고 한 대사도 있어요. 기헌이 “니들 같은 사람들이 영원히 사는 게 지옥일거야”라는 대사가 그것이었는데 전 그 대사를 치는 게 힘들었어요.(웃음)”

공유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안정적인 흥행 타율을 기록하면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자신의 소신대로 작품을 선택하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를 볼 때 '잘 만들면 흥행이 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아요. ‘서복’ 역시 장르적인 특징보다 메시지에 끌렸습니다. 임세은 박사가 기헌한테 '사람들 참 겁 많죠'라고 툭 던지는 대사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 주제를 관통하는 한 줄의 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복’은 쉽지 않은 주제지만 잘 만들어졌을 때 관객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2001년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한 공유는 올해 연기 인생 20주년을 맞이했다. 공유는 “새로움을 좋아하나, 작품 선택 기준이 새로움만은 아닐 것”이라며 “기존에 하지 않았거나, 외면 받는 콘텐츠에도 계속 끌릴 것 같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관객이 실망하더라도, 나 자신과 타협해서 작품을 선택하진 않을 것 같아요. 관객도 중요하나 무조건 트렌드를 따라가거나 관객의 소비 흐름에 나를 무조건 맞추고 싶진 않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하고 싶어요."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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