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 아파트 '택배 보이콧' 가나..택배노조 "대화요청 묵묵부답"

      2021.04.16 07:15   수정 : 2021.04.16 09:4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택배차량(탑차) 지상 출입을 금지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아파트의 세대별 배송은 중단됐고 아파트 입주민 측과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간 갈등이 커지는 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입주자 대표회의에 대화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다시 보냈다.

그러나 아파트 측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파트 측은 "입장은 지난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힌 상태다.


택배기사들이 일부 입주민들로부터 폭언을 듣는 등 추가 피해가 이어지면서, 택배노조가 더 강경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택배기사는 "주민들로부터 협박성 문자와 전화를 받아 많이 힘들었다"며 "앞으로 계속 마주쳐야 할 주민들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택배노조 내부에서는 해당 아파트의 '택배 배송 전면 보이콧' 이야기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노조 측 관계자는 "극단적 방식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갑질 아파트에 대한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논의할 필요가 생겼다"며 "단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서 새로운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고 밝혔다.

다만 배송 보이콧의 경우, 택배기사 개인 동의가 필요한 집단행동이고 파장도 커 신중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 14일 해당 아파트에 세대별 배송 중단을 선언하고 단지 입구 앞 배송을 실시하기로 했다.

약 5000가구 규모인 이 공원형 아파트는 지난 1일부터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단지 내 지상도로 차량 통행을 금지하면서 모든 차량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그러나 택배차량(탑차)은 지하주차장 진입제한 높이(2.3m)보다 차체가 높아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반 택배차량의 높이는 2.5~2.7m다.

이에 택배기사들이 아파트 후문 인근 경비실에 택배를 놓고 가 상자 1000여개가 쌓이기도 했다.
단지 안에서는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거나, 사비로 저탑차량으로 바꿔야만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택배노동조합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택배산업 주무부처이기 때문에 역할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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