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장관의 씁쓸한 퇴장

      2021.04.19 16:02   수정 : 2021.04.19 16: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난 17일 그는 퇴임사에서 공공 부문의 청렴과 신뢰회복, 2·4공급 대책에 대한 변함 없는 추진을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마지막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나 마운드에 제대로 서보지도 못한 채 내려간 셈이다.



그를 처음 본 것은 2018년 11월 서울시의 임대주택 공급 대책을 논의하는 한 세미나에서다. 그는 정부의 선의로 지어진 노인 영구임대주택의 부작용을 짚는 한 연구논문을 언급했다.
서울시 A구가 노인을 위한 영구임대아파트를 지었다. 저렴하게 노인들에게 살 수 있는 공간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몇 년 뒤 노인 영구임대아파트의 자살률과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곳인 판자촌의 자살률을 비교해 봤더니 판자촌보다 30% 이상 높았다. 이웃 간 왕래가 없으면서 고독사 등의 비율이 높았던 것이다.

변창흠 당시 세종대 교수는 공공임대 정책에서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닌 사후관리와 주거복지 서비스 등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8월, 세종시에서 열린 LH 사장 기자 간담회에서 그를 두 번째로 봤다. 그는 "3기 신도시에 환매조건부 주택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환매조건부 주택이란 정부나 LH 등 공공이 주택을 개발해 주택 소유자에게 분양하고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 이를 공공이 다시 사들이는 것이다. 토지 개발 이익을 공공이 거두는 일종의 이익공유형 주택이다. 그는 교수시절부터 토지공개념과 주택의 공공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이번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모토로 부동산 정책을 펴왔지만 결국 집값을 잡는데 실패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해서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오르는 집값을 정책을 통해 잘 통제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서울 아파트와 함께 주식 시장도 사상 최대치를 찍었지만 아무도 정부가 주식 정책을 잘했다고 칭찬하지 않으니 정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책 입안과 실행 단계에서 '투기와 투자'의 경계를 세심히 구별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우리 국민 모두는 집을 거주의 터전이자 자산형성의 기회로 보고 있다. 투기를 잡기 위한 '핀셋'과, 적폐를 잡기 위한 '방망이', 서민을 지키기 위한 '방패'를 적절하게 쓰지 못해 집값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또 '선의'를 동반한 정책이라도 언제나 시장에서 옳다는 신념도 위험하다.
정부 초반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그로 인한 자영업자의 고통 증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4대책이 LH 사태로 인해 펴보지도 못하고 사라진다면 그것도 아쉽다.
변 장관의 '책임있는 사퇴'가 아니라 '결자해지'가 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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